가족예능 프로그램에는 연예인의 배우자는 물론 자녀와 부모, 시부모, 장인ㆍ장모까지 등장한다. 이중에는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CF광고 모델 자리까지 꿰차는 경우도 있다. 추성훈과 추사랑, 추성훈의 아버지, 송일국과 아들 세 쌍둥이, 이휘재와 아들 쌍둥이가 나오는 다수의 CF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과거 연예인 육아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로 사랑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육아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젖병을 물던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아장아장 걷고 말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마치 내 아이를 지켜보는 것 같은 흐뭇한 미소까지 짓게 했던 것이다.
육아 예능프로그램 덕분에 사회가 육아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는 물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들이 많아지면서 프로그램이 ‘출산 장려 캠페인’ 노릇까지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 가족예능 프로그램의 수가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가족 공감’ 보다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연예인 직업 세습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시청자들이 공분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아빠를 부탁해(SBS)’에 출연한 한 배우의 딸이 연기 실력과 무관하게 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주연으로 결정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연예인들이 예능을 통해 자녀들을 인기 방송에 무임승차시키는 것도 모자라 연예인이라는 인기 직종을 세습시키기까지 하느냐’, ‘조선시대 양반들의 신분세습과 다를 게 뭐냐’ 등의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해당 연예인 당사자들에게는 뼈아픈 질책이었겠지만 딱히 반박할만한 주장조차 없어 보여 안쓰러웠다.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과 달리 대부분의 한국 근로 남성들은 육아를 체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엄청난 근로시간 때문에 육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한국인 남성의 연간 근로시간은 2160시간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을 훨씬 넘어선다.
게다가 아직 주5일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하고 있는 임금근로자가 33.3%에 이르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0.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방송 프로그램 속의 연예인 육아 체험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뭐든 과하면 화를 부른다.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후죽순 번져가고 있는 연예인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낭비라는 호된 비난을 받기 전에 방송사 차원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 예능’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나누는 따뜻한 가족 프로그램이 등장하길 바란다.
김정순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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