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AI 확진 현장] 1만2천여마리 살처분 오리 농장주 “청천벽력… 자식 묻는 심정”

이천시·농림축산검역본부, AI 방역대책본부 구성 반경… 10㎞내 24개 농장 관심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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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도에서 발생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판정을 받은 26일 오후 이천시 마장면의 한 종오리 사육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오리 1만9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더 말해 뭐합니까 제 자식을 묻는 심정입니다”

 

26일 오후 4시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천시 마장면의 오리 농가 주인 C씨(70)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서 오리를 키워온 C씨는 지난 23일부터 농장 내 오리들이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는데다 일부는 갑자기 죽은 것을 의심해 방역 당국에 신고한 끝에 며칠 안돼 C씨는 이 같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이는 경기도에서 올해 처음 나타난 이번 AI로서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천시 등 방역 당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C씨 농가 내 종오리 1만2천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C씨는 농가 직원 십여 명은 방역 당국 직원의 지도 아래 차분하게 살처분 작업에 협조했지만, 일하는 내내 말 대신 한숨만 계속해 내쉬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10년 넘게 오리농장을 운영했지만 AI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리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해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마장면 일대는 방역 당국이 사람들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며 AI를 잡기 위한 작업 때문에 전반적으로 삼엄했다. 인근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J씨(56)는 삼엄한 통제에 “이천은 닭이나 오리뿐만 아니라 돼지도 많이 키우는 탓에 AI는 물론, 구제역이 발생에 항상 주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AI 발생으로 인해 한동안 마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이천시와 농림축산검역본부도 AI 방역대책본부를 구성, 24시간 운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선 C씨의 농장과 주변 지역에 방역팀을 투입해 이동 통제를 하고 있다.

 

또한 반경 10㎞ 내 AI 피해가 번질 우려가 있는, 닭ㆍ오리ㆍ메추리를 키우는 24개 농장(114만7천957마리)들에까지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이중 3개 농장(6만200마리)은 방역 당국의 직접적인 보호 조치에, 14개 농장(108만7천725마리)은 관심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시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도내에서 처음 발생한 AI로서 마장면을 포함 인근 대월ㆍ백사ㆍ호법면 일대까지 통제에 들어갔다”며 “특히 AI가 발생한 마장면뿐만 아니라 일대 광주, 용인까지 AI가 번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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