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야의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심경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이 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중국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 왕소군(王昭君)이다. 북방 흉노 땅에 끌려가 있는 왕소군의 심경을 헤아리며 당대(唐代)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쓴 시 ‘소군원(昭君怨)’에 ‘오랑캐 땅인들 화초가 없으랴만,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고 하여 왕소군의 심경을 표현한 데서 유래하였다.
왕소군은 중국의 4대 미녀의 한 사람이다. 왕소군은 원제가 흉노 왕에게 내주어야 했던 절세미녀의 궁녀였다. 왕소군의 미모에 놀라 날아가던 기러기가 넋을 잃고 날개 짓을 멈추는 바람에 그만 땅에 떨어졌다고 하니, 그 미모가 어떠했을까 짐작이 간다.
왕소군은 당시 궁중화가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그녀의 초상화가 추하게 그려진 탓에 북방 흉노 왕에게 팔리게 되었다. 그녀와 이별하는 자리에서 뒤늦게 그녀의 미모에 놀란 원제가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인사권자는 인재를 잘 찾고 헤아릴 줄 하는 지혜의 눈으로 제2, 제3의 왕소군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릇이 안 되는 사람들이 걸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여 역량 있고 훌륭한 인재들이 빛을 못 본 채 묻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훌륭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사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학연, 지연에 얽혀서 능력과 인품을 사장시키는 서투른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김유성 청덕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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