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지는 얼핏 보기에는 도시 풍경과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특히 워크샵을 통해 알게 된 대만의 경제와 여러 제도들은 우리와 닮아 있었고 심지어 저출산 문제까지 유사했다. 특히 타이베이시의 높은 집값, 심각한 청년 실업율과 저출산 문제, 거리에 많은 외국 관광객 등은 한국을 보는 듯 했다.
다만 눈에 띄는 차별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수교국’의 숫자의 차이였다. 대만 외교부 로비에는 수교한 나라들의 국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채 30개국이 안돼 보였고 그나마 처음 보는 국기가 대부분이었다.
외교에 전혀 문외한인 나로서는 깊은 속내까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이라는 중국의 외교원칙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대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워크샵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각국 미 대사관과의 협조를 통해 참가자를 물색하고 초청하는 형태였다.
비로소 나는 출발하기 전에 가졌던, 초청경비는 대만 정부가 지원하는데 초청장은 왜 미 대사관에서 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현지를 방문하고서야 해소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주최 측이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대만 외교 현실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미래, 현재를 생각하게 된 점이다. 그들이 수교한 국가들의 수와 전시된 국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구한말의 고종과 헤이그 밀사가 떠올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과 여전히 강대국인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여성의 가장 기초적인 인권은 그 국가와 문화에 크게 좌우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경험한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문제와 이슬람 국가의 여성지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성정책 분야의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한국에 사는 한 여성으로써, 비단 여성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의 영역 안의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아울러 한국의 여성정책 분야 공무원을 대표하여 발표한 것은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특히 각국 여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았다. 발레리 바이든 오웬과 마저리 마고리스, 제시카 장이 그중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적 성공을 넘어서, 다른 여성들의 삶을 바꾸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여성분야에서 일해 온 나로서는, 전혀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이면서도 동시에 ‘여성들’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들과의 만남은 무척 도전적인 경험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전문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여성들이 개인적 발전을 너머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꿈 꿔본다.
조정아 경기도 여성가족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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