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위플래시*

드럼을 처음 배운 때보다

드럼을 사랑하게 된 때보다

드럼을 패대기쳐 버린 때보다

멀리 달아나 너덜너덜해진 때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은 때보다

돌아와

어느 순간

함석지붕을 두드리는 소나기처럼

불타는 사막에서 춤추는 맨발처럼

한지에 뚝 뚝 듣는 핏방울처럼

우주로부터 시가 쏟아져 내렸다

*드러머의 연단 과정을 다룬 미국영화.

 

정복선

성신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영한대역시선집), <여유당 시편> <마음여행> 등 시집 6권 출간. 한국시문학상, 빛나는 시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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