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정치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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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불안하다. IMF는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서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 2016년 경제성장률을 3.4%에서 3.2%로 0.2%p 하향조정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2016년 들어 세계경제가 4%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했었지만,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유가ㆍ저원자재가의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자원수출 기반의 경제구조를 가진 신흥국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8%, -3.8%로 심각한 상황이다. 신흥국들의 위기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고리’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 전이된다. ‘나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국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한국경제도 불안하다. IMF는 한국의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하향조정했다. 2017년도 3.2%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조선, 철강, 해운 등 한국의 주요산업들이 글로벌 공급과잉 및 신흥국 기술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수출침체와 소비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더 위축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만들어 실업과 소득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의 악순환이 이어져, ‘회복으로 가는 출구’를 찾기가 어렵기만 하다. 유래 없는 저금리 시대임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의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문제를 찾았지만,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4·13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에 변화가 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재현되었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2석으로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23석, 38석으로 과반 의석수를 채웠다. 

이제 집권여당의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있을까 우려가 된다. 여당의 정책기조는 성장과 효율에 있다. 야당의 정책기조는 분배와 형평에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의 경기부양책들은 야당의 기조와는 상반되어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추진되어 갈지 우려가 앞선다. 

규제완화는 친기업적 정책기조이지만, 중소기업 보호 등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들과는 상충되는 바가 많다. 유망 신산업에 대한 판단도 정당 간에 차이가 있어, 지금까지 신산업을 선정하고 R&D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무산될까 걱정이 된다.

 

정치가 변화해도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변화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경제주체들의 판단을 혼동시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정한 유망산업에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대학들과 학위과정 수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온 청년들은 순식간에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R&D를 수행해 왔던 중소기업들은 순식간에 유망산업에서 제외되면서 상용화를 못 이루기도 한다.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진출을 오랜 시간 준비했던 기업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의정활동의 목표가 경제주체들의 여건을 무시한 채 정치기조를 유지하는 데만 매몰된다면 경제회복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정치기조보다 경제주체들의 여건을 고려한 정책입안과 입법과정이 필요하다.

 

경제정책의 방향성도 시점에 맞게 정해져야 한다. 즉, 경제정책의 방향성이 정치기조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닌 경제여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성장도 중요하고, 분배도 중요하다. 효율성도 중요하고, 형평성도 중요하다. 여당이 집권할 때 성장과 효율을 우선순위에 두고, 야당이 집권할 때 분배와 형평을 우선하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 경제여건에 따라 성장과 효율을 우선할지, 분배와 형평을 우선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고장 난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고쳐야 하고, 잘 작동하는 기계는 사회가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고장 난 경제는 회복시켜야 하고, 잘 작동하는 경제는 분배와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계경제가 불안하고, 한국의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현 시점에는 성장과 효율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변화해도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여건에 맞는 경제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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