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새로운 실크로드’ 를 꿈꾸며

얼마 전에 방송 촬영을 위해 실크로드와 차마고도가 교차하는 중국의 칭장고원(靑藏高原)을 방문하였다. 촬영 중에 티베트족, 회족, 토족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비록 소수 민족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이전에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무역과 물류의 주인공들이었다.

 

실크로드 또는 비단길(紗綢之路)이란 명칭은 독일의 지리학자인 리히트호펜이 이전의 주요 무역품이 비단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실크로드라고 부르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지나 터키의 이스탄불과 로마까지 연결되는 약 1만 2천Km의 구간으로 동서간의 문화통로이자 교역로이기도 하였다. 이 길은 단순히 비단, 소금 등의 물자만 왕래한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종교, 문화, 경제가 교류한 최초의 길이었다.

 

실크로드가 처음 시작된 것은 중국의 전한(前漢)시기였으나 교역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는 당나라 시기(618 907)였고, 징기스칸의 원나라시기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중앙 아시아와 서아시아 여러 나라와 끊임없이 교류하였고, 당시 우리도 삼국시기와 통일신라 시기에 이 실크로드를 따라 문화와 경제적 교류를 활발히 진행했다.

 

이전의 실크로드를 살펴보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실크로드를 중국의 시안에서 서쪽만 바라보았지 사실 그 동쪽으로도 계속 연결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 동쪽으로는 베이징과 항저우, 그리고 서해를 넘어 경기도와 한반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혜초가 현재 경기도의 유일한 항구이며, 중국 무역의 전초기지인 평택에서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실크로드를 따라 지나갔다는 사실이 바로 실크로드가 한반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개념을 제기하면서 육상과 해상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개념은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과 값싼 제품에 의존한 세계 시장에 대한 수출의 한계를 느끼고 이전의 실크로드를 중국의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순한 수출이 아닌 새로운 시장과 소비를 만들어가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가 2%의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성장의 동력은 꺼져가고 젊은이들은 취업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구조개혁의 목소리와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 찾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젊은 세대들에겐 언젠가부터 ‘N포 세대’라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 심지어는 꿈, 희망 그리고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대와 30대를 대표하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젊은 세대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어떻게 찾아 줄 것인가?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겠으나 최근 주장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크로드에 접목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 방안은 14억의 중국과 12억의 인도,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길을 우리가 보다 주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실크로드의 가는 곳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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