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들꽃

바람은 언제나 슬픈 쪽으로 불어온다

슬픔으로 숭숭 뚫린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분다

임대아파트에서 나와 새벽을 꿰러

가는 이들 사이

보도블럭에 몸통이 절반쯤 낀 들꽃

하나

벗어나는 법을 모르기에

정해진 것만큼 향기를 올려보낼 뿐이다

얼마나 고독하고 깊은 시간을 가졌을 것인가

씨앗이 뱉어낸 최초의 울음

몇 번의 천둥과 소나기가 다녀간

자리마다 어둠은 더 견고해졌다

그날은 유난히 해가 지지 못했다

일터에 나간 아버지를 중환자실에서

만났다

바람이 누웠던 빈둑처럼

아주 잠깐 열렸다 닫히는 눈꺼풀

난 막연해져서 차갑고 축축한 손만 자꾸 만지작거렸다

옆구리가 숭숭 뚫린 들꽃이 가만히

흔들렸다

침묵의 소요들이 모두 돌아간

가난한 도시의 아스팔트

마른 잎은 끝내 팔을 풀지 않고 겨울을 났다

모든 것들은 제 무게만큼 그늘을

키운 채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다

*제31회 경기여성기예 경진대회 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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