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조부모님 일생 담긴 자서전 바치는 색다른 어버이날 기념행사

▲ 아침마루의 그날들
가평 조종고 학생 8명, 자식 눈에 비친 부모님 일생 ′아침마루의 그날들′ 출판 헌정식 열어

6·25전쟁을 겪으며 아버지와 형제를 잃고 굶주림을 견디며 가족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이 농축된 약전(略傳)이 시골의 고등학생들이 부모와 할아버지·할머니를 인터뷰해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책으로 엮어낸 자서전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평군 조종면(面)소재지인 현리에 위치한 조종고등학교(교장 공의배)가 4일 학교 누리마루 도서관 다목적실에서 학부모회, 동창회원,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마루의 그날들 Ⅱ ′ 출판기념회 및 헌정식을 갖는다.

 

학교 이름인 아침朝, 마루宗을 우리말로 풀이한 아침마루 자서전은 8명의 남녀 학생이 직접 쓴 부모와 조부모들이 삶이 스며져 있다.

 

자서전이 출판되기까지 6개월 이상 시간을 갖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틈틈이 부모, 조부모와의 대화를 녹취하고 기록해 다시 글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으며 지은이인 학생들은 자서전 출판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8회(20시간)에 걸쳐 ‘대필 전문가′의 특강을 이수하고 ′인터뷰 질문 만들기 과정′을 거치면서 진솔함을 담기위해 노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서전의 대부분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시집살이, 남편과 자식을 잃은 슬픔, 농사일, 품팔이 등 어려운 생활고를 이겨내려 한 억척스러운 삶과 현재 주인공들의 현주소까지 드라마 같은 세월의 역사를 담아냈다.

 

늦은 봄이란 제목으로 가족사를 쓴 이고은 학생은 1“학년 때 6·25를 겪은 외할머니는 그때 참혹했던 기억과 생활, 얼룩졌던 삶의 궤적을 담담히 밝히고 지금은 고전무용과 노래, 그라운드 골프란 늦은 봄을 즐기는 외할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8명의 학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내가 출생 태어났을 때와 나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말씀할 땐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속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의배 학교장은 ″학생들이 부모님의 살아온 발자취를 대필해 책을 펴낸 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세대단절의 주기가 짧아지고 가족해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현실에서 진솔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이 자서전은 더욱 값지고 빛이 나는 특별한 책″이라고 말했다.

 

고창수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