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꿈 때문에 아픈 청춘, 격려가 필요하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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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시인은 오월이라는 시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참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5월은 깊어지는 초록도 싱그럽거니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경기일보 편집국도 최근 11명의 수습기자가 대거 입사하면서 5월만큼 싱그러워졌습니다. 

보통 네 명에서 많아야 여섯 명 정도였는데 파격적인 채용입니다. 인근 언론사까지 통틀어서 이렇게 많은 수습기자를 뽑은 걸 본 적이 없으니, 청년 일자리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셈입니다. 면접관들의 말을 빌리면 ‘똘망똘망한 눈빛에 반해 모험(?)을 감행했다’라고 하는데, 전 직원회의에서 똑 부러지게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출근하면 ‘안녕하십니까?’ 하는 11명의 경쾌한 목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만듭니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오랜 취업난에 2~3년 준비기간을 거쳤다 해도 20대 후반의 청년들은 소설가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절로 떠오르게 합니다. 글 머리에 쓰인 ‘청춘,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라는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청년은 열차의 기관처럼 힘이 있다’ 란 말에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런 청년들이 졸업을 미루고, 취업 걱정에 고통받는 5월을 보내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국가가 나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하면 무엇하겠습니까.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이용하기 좋은 ‘집콕’ 상품을 구매하는 20대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된 이후 일주일간(4월 27일∼5월 3일) 20대 고객의 즉석식품, 특히 봉지라면과 컵라면 구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4%, 55%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연휴기간 집에서 컵라면에 물 부어 먹는 20대들에게 언제까지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위로해야 할까요.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가 졸업해도 바로 취업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학생 신분으로 남아있으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랍니다. 경력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채용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채용해 가르치는 것보다 일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낫다’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경력이라는 게 누군가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건데 너도나도 경력자만 찾으면 그 경력을 어디 가서 쌓을 수 있겠습니까. 어려워도 수습, 인턴사원 많이 뽑아 제대로 가르쳐 정식 직원으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사실 한 명의 기자를 키우려면 들여야 하는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특히 사건 캡인 사회부장의 노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히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수습기간 동안 기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부터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취재원 대하는 법, 기사 작성은 기본이고 식사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되지만, 매번 식당 밥을 먹게 한다는 게 사건 캡으로서의 가오가 안 선다는 생각에서인지 간혹 주머니 사정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엔 기념할 날이 많아 걱정도 많은 달입니다. 물질적인 선물 마련이 어렵다면 ‘격려’라는 선물은 어떨까요? 열심히 해보겠다는 후배에게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될 거라고 응원하고, 취업 못해 걱정하는 자녀에겐 눈높이를 낮춰 보라고 조언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수습기자들이 어려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예민하면서도 정의로운 경력기자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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