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청 임산부할인 식당제도, 현장선 ‘유명무실’

“할인율도 높지 않은데 왜 이렇게 요건이 빡빡한지, 치사해서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아요.”

 

곧 출산을 앞둔 A씨(29·여)는 최근 가족과 계양구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창피를 당했다.

입구에 계양구 지정 임산부 및 다자녀 할인음식점이라는 푯말을 보고 할인을 요구했다가 산모수첩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만삭인 임산부에게 산모수첩이 없다는 이유로 할인을 해주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임산부 할인이라고 붙여놓고 농락하는 것 같아 순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임산부 B씨(30·여)도 지역 내 임산부 할인점을 찾았다가 기분만 상했다. 구 홈페이지에서 할인식당인 것을 확인하고 갔지만, 자신이 일하는 곳이 할인제도를 시행 중인지도 모르는 점원과 승강이를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남편의 만류에 음식값을 모두 지급, 억울함만 안고 식당을 나왔다. 이 식당은 임산부 할인 식당으로 지정돼 있지만, 직원 교육은커녕 안내 푯말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계양구의 임산부·다자녀 할인음식점 지정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아 개선이 요구된다. 15일 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임산부와 다자녀 가정에 음식가격 10%를 할인해주는 할인음식점 제도를 도입, 현재 30여 개 식당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구는 이들 식당의 할인 이행 여부나 산모 이용률 등을 전혀 파악하지 않는 등 관리에 소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정 식당은 안내판을 떼어내고 할인혜택을 주지 않고 있지만, 구는 여전히 이곳을 할인식당으로 소개하고 있어 이용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구가 참여 식당에 인증서만 줄 뿐 별다른 혜택이 없다 보니 식당들도 산모나 다자녀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취지가 좋아 참여했는데, 혜택이 전혀 없는데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산부 이용률도 극히 낮다”며 “취지를 못 살릴 바에야 지정음식점에서 탈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만큼 대형 포스터 제작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며 “임산부 할인의 경우 기존업체를 일괄 점검하고 안내문을 배포해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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