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죄형법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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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원룸에 살고 있는 A는 옆방 원룸에 여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사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음란한 문장과 성기 그림을 그린 쪽지를 작성하여 6차례나 여성이 거주하는 옆방 문에 끼워 놓았고, 이러한 행위가 발각되어 성범죄로 공소가 제기된 뒤 재판을 받게 되었다. A를 처벌할 수 있을 까? 답은 ‘없다’이다.

 

위 사건에서 2심은 A에게 징역 6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2015도17847)은 최근 A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피해 여성으로서는 A가 문에 꽂아 둔 쪽지로 인하여 성적수치심과 고통을 느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A를 처벌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문언에 의하면, 위 규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등의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말, 글,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아니한 채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A와 같은 행위까지 포함하여 위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자의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꼴이 된다.

 

특히, 이러한 대법원 판시의 주된 이유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죄형법정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쉽게 이야기 하면, 어떠한 사람을 형사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범죄와 형벌이 법률에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하여 법률에 명확히 정해져 있는 범죄내용을 넘어 어느 정도 비슷한 행위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형벌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고, 형사처벌을 무고하게 받게 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위 사건에서 대법원이 융통성 없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하여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A를 처벌하기 위하여 자의적인 국가형벌권을 막기 위한 형법상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법 해석을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대법원의 판시는 정당해 보인다. 위 사안의 문제는 결국 국회가 입법을 통하여 처벌의 미비점을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송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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