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농업인, 그대 있으매

농업인, 그대 있으매

생명의 냄새가 난다

지난겨울은 대단히 추웠다.

개방의 파고로

몸은 여기저기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쳤다.

농업인의 생애는

자연과 다투는 대서사시(大敍事詩).

강풍이 몰아치던 날

폭설이 숨가쁘게 퍼질러 앉는 날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무수한 말을 가슴에 품었다.

언제나 기다림에 길든 성자처럼

오늘도 등짐 하나 내려놓는

농업인, 그대 있으매

생명의 향기가 난다.

 

김훈동

수원 출생. 1965년 <시문학> 2015년 <계간문예>시 추천 재데뷔. 시집 <우심> <억새꽃>. 수필집 <그냥, 지금이 참 좋다>. 한국농민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수원문학대상 수상. 수원예총 회장 역임. 현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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