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소비 침체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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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래 없는 저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진작되지 않고 있다. 물건의 가격이 싸면 소비가 늘어나는 게 상식인데,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상 유래 없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진작되지 않고 있다. 

대출 금리가 싸면 가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학원론에 있는 내용이지만, 한국경제의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소매판매액 증감률이 2011년 9.4%수준에서 2015년 2.2%로 크게 하락했다. 소비 침체의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한국의 경제정책을 세우는데 매우 중대한 일이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는다. 2003년 평균소비성향(Average Propensity to Consumption,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말까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5년 3분기에는 71.9%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령화 진행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더 빠르게 하락해, 앞으로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소비성향의 하락은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중앙은행 측에서 통화정책을 사용한다고 해도 평균 소비성향이 낮으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새로운 신용이 다시 소비로 활발히 연결되지 않으면 소비 측면에서의 총수요를 기대한 만큼 진작시킬 수 없다.

소비되지 않고 은행에 남은 신용 역시 활발히 대출 및 투자에 활용되지 않는다면 투자 측면에 있어서 총수요 역시 증가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통화량 증대를 통해 국민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고용정책과 소득정책 등의 실물경제정책들도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기 어려워 진다. ‘고용⇒소득⇒소비⇒생산⇒투자’의 경제순환고리가 악화되고 있다. 고용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소득수준이 불안정하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을 위축시키고, 투자를 축소시켜 또다시 고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2015년 에 이어 2016년 1분기까지 실업자는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청년 실업자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실업률은 2010년 3.7%에서 2016년 상반기 4.3%로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8.0%에서 11.0%로 급등했다.

 

가계부채와 주거비 부담은 소비 침체가 있게된 또 다른 배경이다. 채무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가처분소득 중 대출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3.9% 2012년 22.3%로 하락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5년 30.1%를 기록했다. 가계의 부채의존도가 상승하다 보니, 원금 및 이자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심리를 위축하게 된 것이다. 

한편,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중되게 됨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거비 부담을 의미하는 슈바베계수(Schwabe Index, 소비지출액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는 2010년 10.1%에서 2015년 10.3%로 상승하며, 최고 수준을 경신하였다. 집세를 마련하는데도 부담이 되는 가계에서 소비가 왠 말인가.

 

소비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률 목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한다. 안정적 일자리에 기반하여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고, 건강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부채에 의존하는 현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소비정책은 소비에 있지 않다. 소비 진작은 고용 정책에 기초해야만 한다.

 

소비침체를 극복할 정책적 방향성이 그려진다. 첫째,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소비여력과 소비심리를 크게 떨어뜨린다. 고용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고용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고, 부채 상환을 위해 다시 부채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상환능력 제고가 시급히 필요하다. 셋째, 주거비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주거불안 해소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전세공급량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 소비심리가 개선되기 어렵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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