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전시 이어 예산 둘러싸고 잡음
정산서 부적절 내역 파악한 실무자
결재라인서 뺀 채 전결 처리 등 논란
뮤지움본부장 “법적문제 등 고려 판단”
‘부실 전시’ 논란을 빚은 경기도박물관의 특별전 ‘어린왕자’(본보 23일자 1면)가 예산을 사업계획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지급일보다 먼저 지출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추가 예산을 지급해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추가 예산 지급 과정에서 경기문화재단 뮤지움본부장이 부적절한 사용 내역을 파악해 이를 반려했던 실무자를 결재 라인에서 뺀 채 전결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경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24일 경기도박물관이 프랑스 생텍쥐페리재단 지정 국내 에이전시 SWG(Shinada Wooloo Group)와 공동 주관한 특별전 ‘어린왕자’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 지난주에 재단 뮤지움본부와 도박물관 등 해당 전시 관계자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상태다.
이번 감사의 발단은 SWG 측이 제출한 선지급금 2억8천만원에 대한 정산서다. 도박물관과 SWG 측은 지난달 18일 총 4억원의 전시 예산 중 70%인 2억8천만원을 먼저 받았고, 같은 달 27일 기성금 6천500만원을 받기 위해 선지급금에 대한 정산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단 뮤지움본부 A실장은 해당 정산서에서 사업기본계획과 다른 용도의 지출 항목과 지급일보다 앞서 결재한 날짜의 영수증 등 부적절한 내역을 파악해 이를 반려했다.
SWG 측이 제출한 정산서에는 전시협약서(계약서)를 체결한 3월9일보다 앞선 2월에 전시 참여 작가인 아르노 나자르 아가에게 작품 비용을 송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전시 사무국 임대료 명목으로 SWG의 1~5월 사무실 임대료도 청구했다. 이마저도 사업계획서에 책정한 금액보다 높다. 주관사의 신용도와 지불능력 등을 입증하는 이행보증보험증권 발급 비용도 포함시켰다. 사업계획서에는 없던 항목이다.
또 김찬동 문화재단 뮤지움본부장이 이 같은 정산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A실장을 결재 라인(협조)에서 빼고 지난 13일 SWG가 청구한 기성금 6천500만원에 대한 지급을 전결, 이날 한 시간 만에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의 한 직원은 “본부장에 앞서 전반적인 사항을 최종 검토하는 실장을 빼고, 입금 결정이 나자마자 송금된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 더욱이 정산 내용과 사업계획이 다르다면 그 내용을 변경 승인하는 데 대표이사 결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찬동 뮤지움본부장은 “문화재단의 행정이 너무 경직돼 있는 상태에서 기관의 이미지와 우려되는 법적 문제 등을 고려해 본부장으로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보삼 도박물관장도 “초청전시로 4억원의 예산을 모두 선지급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다”며 “전시 개막일을 맞추다 보니 불거진 문제로, 각종 문제제기와 의혹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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