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서는 별의별 범죄가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에는 총 1,795건이 화장실에서 발생하였고, 이 가운데 835건이 성범죄였다고 한다. 특히, 공중화장실 살인사건의 잔혹성은 이번 사건 말고도 아래의 사례를 보면 그 실상을 보다 더 잘 알 수 있으리라.
대학가 근처에 있는 노래방 옆집 담 밑에서 피투성이인 여자의 시체가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였다. 수사결과 최초 사건현장은 앞집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이었다. 범인이 여기서 강간을 자행하고 살해한 다음 시체와 피해자의 옷 등을 눈에 띄지 않도록 옆집 담 너머로 던져 은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병사로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마침 여자가 소변보는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정욕을 참지 못하여 피해자를 폭행 후 강간,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강남역 사건과 화장실 범죄통계 및 위의 사례들이 암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유독 남녀공용화장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왜 그곳을 선택했을까 하는 여러 가지 의문을 품은 직하다.
첫째는 화장실 위치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화장실이 복도의 끝자락이나 계단참 혹은 공간 활용도가 매우 낮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다.
둘째는 영역감이 확보되지 않은 점이다. 화장실 문화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남녀공용화장실이 비좁고 어둡다. 더욱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아직도 많다.
마지막으로 방범시설이나 안전시설이 전무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건물주나 업소주인들이 잠시 볼일보고 나오는 화장실에 고가의 방범시설이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소위 ‘셉테드(CPTED)’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 기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가해자, 피해자, 대상물건, 장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일련의 물리적 설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신도시나 뉴타운의 건설, 아파트의 설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범설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장실 설치장소에 대한 설계기준을 달리해야한다. 화장실은 안온하고 많은 사람의 눈길이 머물러 자연적인 감시가 가능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남녀공용화장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화장실을 더 이상 사각지대나 계단참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에 남녀의 영역을 확연히 나누어 영역감을 확보해야 한다.
자연적인 감시가 불가능하거나 미비한 곳은 첨단 방범시설을 통하여 그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제 화장실은 범인들이 근접하지 못하는 밝은 빛과 안정감 그리고 자연적인 감시의 눈이 있는 곳이라고 여성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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