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포대기로 업은 파리지엔느와 뉴요커가 파리와 뉴욕의 거리를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
최근 한국의 전통 육아용품 포대기가 외국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기를 업을 때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포대기가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이 높아지고 아이를 업고 일을 하거나 이동하기 간편하다는 이유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미란다 커와 같은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포대기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빠르게 전파되었다. 포대기라는 이름도 우리 말 그대로를 영문화한 ‘Podaegi’로 사용하고 있다.
포대기, 하면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이 떠오른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수근의 이 작품은 1954년에 제작한 것으로 아기를 업고 절구를 찧는 아내를 그린 작품이다. 해방 전후 몹시 가난하고 고달팠던 당시 우리 서민들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박수근 화백의 또 다른 작품 ‘나무와 두 여인’에도 아기를 업은 여인이 그려져 있다. 추운 겨울 높고 커다란 앙상한 나무아래 아기를 업고 있는 여인과 머리에 함지를 인 여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포대기에는 당시 어려웠던 시대상과 서민의 애환이 담겨있는 역사의 증표이기도 하다. 당시 모든 어머니, 할머니는 이 포대기로 아기를 업고 밭으로, 부엌으로, 물건을 팔러 시장으로 누비고 다녔던, 고단한 일상을 함께 했던 전통적인 육아용품이었다.
포대기는 참으로 실용적이고 과학적이다. 어머니는 아기와 한 몸이 되어 밥을 짓거나 집안일을 하고 장시간 외출을 하거나 놀 수도 있다. 장을 보고 두 손에 가득 물건을 들고 올 수도 있다. 아이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엄마의 몸에 밀착시키고 있으니 아이의 정서에도 안정감을 줄뿐 아니라 아이는 어머니가 하는 모든 일들을 함께 경험한다. 게다가 포대기는 별도로 휴대하기도 간편하고 사용하기도 쉽고 구입비도 아주 저렴하다.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용품으로 취급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포대기, 아이러니하게도 서양에서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생활문화를 놀이문화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이국적인 육아용품을 명품패션으로 승화시켜 기꺼이 즐기는 모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모던한 디자인은 오래된 것으로부터 온다’라고 했던가? 어려웠던 시절, 삶의 애환과 고단함이 묻어있는 포대기가 패션의 고장에서 육아와 패션을 결합한 문화로 재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진화와 한류열풍은 어디까지일지, 이번엔 또 어떤 한국문화상품이 외국에서 화려하게 부활을 할 지 몹시 기대가 크다.
이국진
칼럼니스트의정부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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