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산지 표시는 우리 모두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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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靑瓷)빛 하늘이 고운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아파트 담장을 붉게 수놓은 넝쿨장미와 산과 들에 만개한 아카시아 꽃이 질세라 꿀벌들 날갯짓에 쉴 틈이 없다. 이즈음, 도시 직장인들은 아이들 손잡고 꽃놀이를 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리지만, 농촌에서는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모내기, 고추 심기, 과일 열매솎기 등 국산 농산물 생산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낸다.

 

우리 농업인들의 열정과 노력에도, FTA 확대 등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 밥상은 다양한 국적의 농축산물이 장악해 오롯이 국산 농산물로 만든 음식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외국산 농산물로부터 우리 농업인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와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서는 1993년부터 국내 유통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ㆍ인천ㆍ경기지역에서 농관원 경기지원 원산지단속 기동반 55명이 소비자에게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자 등을 적발하고자 매의 눈으로 부정유통 농식품 단속활동을 하고 있다. 올 4월까지 256개 업소를 거짓표시 등으로 적발해 형사입건했고,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108개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던가? 원산지 위반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단속공무원을 회피하려고 야간의 한밤중이나 주말을 노려 외국산 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 판매하는 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기술을 총동원해 국산과 수입농산물을 판별하고, 야간이나 휴일로 단속 시간대를 확대해 불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올 2월부터 원산지표시법이 개정돼 원산지제도가 강화됐다. 국내에서 가공된 농수산물 가공품의 원료 원산지는 배합비율 순위에 따라 2개에서 3개 순위까지 표시대상이 확대됐으며, 음식점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에 콩, 오징어, 꽃게, 참조기가 추가돼 20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쌀과 콩을 제외한 18개 품목에 대해서는 모든 조리용도로 제공된 원료에 대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배달앱 등으로 조리 음식을 통신 판매하는 때도 음식 메뉴명이나 가격표시 주위에 해당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기타 자세한 표시방법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 www.naqs.go.kr 참조)

 

다만,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올해 말까지는 계도기간이므로 농관원 경기지원에서는 농산물 명예감시원 3천400여명을 투입해 동 개정 내용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서울ㆍ인천ㆍ경기지역의 34개 읍과 972개 행정동에 지역전담제 명예감시원을 2명씩 지정해 전담지역 내 농식품 제조ㆍ가공업체, 판매업체, 음식점 등에 원산지표시 개정사항을 적극적으로 지도ㆍ홍보토록 하고 있다.

 

원산지표시는 우리 모두와의 약속이다. 불신 사회에 기반을 둔 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신뢰가 뿌리를 내리고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눈앞의 작은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자와 판매자의 정직한 원산지표시 습관이 필요하다. 원산지표시에 관한 부정유통 신고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1588-8112)으로 신고하면 된다.

 

이재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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