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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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 이어 필자는 경기시론을 통해 우리사회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을 연속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시대정신을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라고 정의할 때, 필자는 현재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몇 주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사회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련의 논쟁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사례1.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야당과 이를 거부한 정부(보훈처) 간 논쟁! 야당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사회통합을 깨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던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는데, 과연 기념곡 지정을 수용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깨는 것인가? 또한 정부의 기념곡 수용 불가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의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정에 공조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과연 기념곡 지정이 현재와 같이 어려운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협력(협치)의 의지를 깰 만큼 중대한 사안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니는 의미는 기념곡으로의 지정보다 5·18민주화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당시 희생당한 영령들은 기념곡 지정과 한국사회의 통합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 화가 치민다!

 

사례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 물론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부정부패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이 과연 ‘윗분’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작은 선물과 조촐한 식사를 통해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시민의 일상에 대한 통제에 불과할까? 그래 좋다! 작은 선물과 식사조차도 하지말자는 취지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하자.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김영란법과 같은 법적 규제로 인한 불신의 조장이다. 엊그제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5만원이 넘느냐고 물어서 웃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웃을 일이 아니다. 만약 5만원 미만이라고 해도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이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더러운 세상이다!

 

사례3. 강남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 살인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가? 이 사건은 한 조현증 환자가 한 인간을 살해한 것으로 봐야지, 여성을 혐오하는 한국사회의 남성이 혐오 대상인 여성을 살해한 것이 아니다. 물론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치안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로 확대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쟁을 보면서 나 아닌 모두를 갈등의 대상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한국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가슴 아프다!

 

필자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2~3주 동안의 주제는 어둡고 화나는 내용뿐이었다. 바라건데 이번 주에는 학생들과 가슴 울리는 뿌듯한 사회 이슈에 대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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