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_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1. 가혹한 이중처벌

행정처분땐 감리 제한 3년 전까지 소급 적용

정부가 오는 8월4일부터 시행 예정인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등이 감리자를 모집할 시 개정 전 3년 이내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지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경기 속에서 어렵게 버텨내고 있는데 이 규정의 시행으로 건축사(감리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중처벌로 인한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 팽배하는 것이다. 본보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책을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 4월부터 입법예고한 건축법 시행령은 기초자치 단체장과 광역자치 단체장이 모집공고를 통해 감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축사가 시행령 시행 이전 3년 안에 업무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았을 시 행정처분을 소급 적용, 징계처분일부터 3년간 감리자 모집 공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오는 1일까지의 입법 예고를 마치고 8월4일부터 시행된다.

 

그러자 건축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행령이 시행되게 되면 시행 전 행정처분을 받은 건축사들은 소급돼 공모조차 할 수 없어 존폐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9명의 직원을 둔 P시의 한 중견 업체는 지난 5월 1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으면 1개월 후 또다시 공모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공모자격이 제한돼 내년 1월부터 감리업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업체는 현재 폐업을 면하기 위해 인원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Y시의 또 다른 건축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지난 23일 건축법 및 건축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물론 적법한 행정처분이었지만, 시행령이 시행되면 소급적용돼 이중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A건축사는 “(건축사가) 감리를 못 하게 되면 매년 1억 원 상당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가뜩이나 건축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어서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를 하고 있는데 감리까지 못 하게 된다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경기도건축사회 관계자는 “이미 행정처분을 받은 자가 3년 동안 감리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토교통부가 (해당 조항을 신설하는 데 있어)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이 전제되어 있어 과도한 조항은 아니다”면서도 “건축사들 불만이 폭주하고 있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가 지난 1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총 979개 도내 건축업체 중 지난 3년간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2014년 22곳, 2015년 31곳, 올해 21곳 등 총 74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수원ㆍ고양ㆍ용인ㆍ성남ㆍ부천ㆍ안산ㆍ안양시 등은 제외된 통계다. 

더구나 정부는 전국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시행령이 시행되면 이중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축사는 1천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해영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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