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대와 20m거리… 포천 이동초 “굉음은 그만, 공부좀 합시다”

하루 6~7회씩 헬기 이착륙, 학습권 침해… 軍·교육부, 대안없이 수십년 방치

▲ 활주로에 머물러 있는 헬기
“헬리콥터가 날고 앉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공부할 때나 집에 갈 때 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시끄러워요”

 

지난달 31일 오후, 포천시 이동초등학교(교장 이혜숙)에 다니는 A군(11)은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이착륙하는 관경을 그저 의미없이 바라보다 끝내 두 귀를 손으로 막았다. A군의 학교에서 20m 가량 떨어진 곳에 항공부대에 위치해 있어 헬리콥터를 보는 것도, 프로펠러 굉음도 일상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하루에 6~7회씩 헬리콥터가 이착륙을 하면서 야외 체육수업은 언제 했는지도 모르고 폭염이 시작됐지만 창문도 열수 없다. 더구나, 이착륙 시에는 프로펠러 굉음으로 인해 아예 수업을 잠시 멈춰야 한다.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나 교사들은 걱정을 넘어 불만이 가득하다. 항공부대는 지난 1964년에 설치됐지만, 학교는 이보다 30년 전인 1933년도에 설립됐다. 하지만, 국방부도, 교육당국도 헬리콥터 굉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심각한 스트레스 장애와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저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습권 피해 실태를 모아 국방부와 항공부대 등을 수차례 방문, 시정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천시 역시 소음을 측정하는 것에 그치고 있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도 군 탓만할 뿐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학부모 B씨(41)는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30년 동안 학교와 항공부대가 20m 가량 밖에 떨어져 있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된다”며 “군 훈련이 중요한 만큼, 학생들의 최소한의 학습권도 중요한 만큼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숙 교장 역시 “헬기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는 생각보다 심각해 자라나는 세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군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단순하게 보지 말고 적극인 자세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부모들은 국방부가 학교부지를 사들인 뒤 항공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학교를 세워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바람을 실현하기위해 마을 주민과 힘을 합쳐 집단 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해 한공부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동초에는 145명이 재학중이며 이는 지난 2014년 인근에 300세대 규모의 군인 관사가 들어서면서 40여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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