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크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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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이란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연예인 윤종신씨가 크론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는데, 주로 10~20대의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여 ‘젊은이의 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서구에서만 흔한 질환이고 국내에는 희귀 질환이라 인식되었지만, 최근에 식생활이 서구화된 이후로 국내에 크론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10~20대의 젊은 환자가 만성적으로 복통이 있다면 반드시 크론병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내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세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대신에 자신의 장세포를 공격하여 장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크론병은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또한 한 가족 내에서 여러 명의 환자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유전적인 요인이나 환경적인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에 어디에도 발병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말단소장과 대장에서 호발하고 있습니다. 증상은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입니다. 그 외에 하혈이나 점맥변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크론병 환자들은 대부분 복통으로 인한 식욕감소로 마른 외형을 보입니다. 크론병의 특징은 병의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특별한 처지 없이도 증상이 회복되는 무증상기가 올 수 있습니다.

크론병 환자의 50% 이상이 항문질환이 동반되는데, 항문주위 농양과 치루가 생기게 됩니다. 외래에서 치루 때문에 외과에서 치루수술을 받았는데 계속 치루가 재발하여 원인을 찾다가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장에 염증이 심해지면 장에 협착이나 누공이 생겨서 장 절제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크론병이 수명을 단축시키지는 않지만 조절이 잘 안 된다면 삶에 많은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크론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크론병은 치료가 힘든 난치병은 맞지만 잘 관리한다면 일상생활은 물론 여행, 운동 등 모든 생활이 가능하므로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크론병의 치료의 목표는 염증과 손상된 조직의 파괴를 늦추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함에 따라서 질병의 경과를 바꾸고 합병증으로 예방해 수술을 받게 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크론병의 치료 도중 합병증으로 인한 수술을 받게 되는 환자는 전체의 50%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은 장협착, 누공, 천공, 심한 출혈 등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는데, 수술을 해도 나머지 장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을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 크론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다양한 효과적인 치료약제가 개발되고 있어 크론병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크론병의 예방법은 아직까지 정해진 지침은 없으나 크론병의 발생이 가공 식품과 서구화된 식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가공육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흡연이 크론병을 악화시키므로 금연이 중요합니다. 

또한 크론병 환자들은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서 독감이나 폐렴에 대한 예방접종이 꼭 필요합니다.

 

방병욱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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