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빈집문제이다. 인구증가 및 고성장 시대에는 ‘주택부족’이 가장 심각한 주택문제이다. 그러나 저성장 인구감소시대에는 정반대로 ‘주택과잉’이 주택문제의 가장 주요한 화두가 된다. 선진국 특히 일본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지금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즉 공가(空家)가 매년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 전체 주택 중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공가의 비율은 13.5%, 약 820만호에 이른다. 7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고, 연간 약 20만 채씩 늘어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빈집은 일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방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빈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총 주택 1천838만 가구 중 210만 가구가 빈집으로, 공가 비율은 약 11% 수준이다. 제2의 대도시권인 오사카의 경우 더욱 심각하여 공가 비율은 약 14% 수준이다. 지방 중소도시들은 평균 17%의 공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전체주택의 30%이상이 빈집인 중소도시도 여러 곳 있다.
왜 일본에서는 이처럼 빈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마구 지어놓은 임대주택 때문이다. 주택 유형으로 빈집 비중을 보면 임대용 주택이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데 여러 이유로 대량 공급해 놓은 임대주택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입지가 좋지 않은 임대주택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공실 상태에서 적정한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노후가 빠르게 진행되는 악순환 구조가 주요 원인이다. 빈집 급증의 또 다른 이유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주택에 대한 처분이 쉽지 않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시대라 노후주택은 팔리지 않고, 재건축을 하자니 비용을 감당하기 부담스럽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세대의 비율이 전체 40%를 넘어섰다. 부모세대로의 상속 주택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 중 빈집으로 남겨지는 사례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2천147만채), 2040년에는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역의 주택 절반이 빈집이 된다는 뜻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한 일본 전역이 ‘고스트타운’으로 변모하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및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주택의 약 5.4%가 빈집으로 추정된다. 빈집에 관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통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79만4천가구가 공가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1995년 처음 집계 당시 36만5천가구(3.8%)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가가 있는지, 증가하였는지 감소 중인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빈집대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획일적인 정책수단으로 빈집 상태를 일거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실정에 맞는 적절한 정책수단의 조합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서울시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내 빈집은 약 1만5천 가구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작년에 발표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는 빈집을 활용한 주거지 재생으로서 방치된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입지여건과 주택품질을 기준으로 임대주택으로 개·보수해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정책이다. 개·보수 비용 중 최대 2천만 원은 서울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저렴한 이자로 빌려주는 정책이다.
임대주택 공급과 전세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서울시의 빈집 프로젝트는 도시재생과 방치된 재고주택에 새로운 활력과 방향을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 빈집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대책이란 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중앙정부 및 여타 지자체에서도 빈집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허재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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