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기도가 요즘 서울 인구의 유입으로 갈수록 다문화권을 형성하며 지방자치의 주도 세력으로서 미래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로젠블라트가 문화란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교류하는 일체의 행위’로 정의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경기도야말로 가장 막강한 문화의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21세기가 되기 전까지 이 중앙이라는 개념의 권역에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건축적 구현체로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중앙극장, 그리고 경기도문화예술회관(현 경기도문화의전당)을 꼽을 수 있었다.
1978년 서울시 사업소의 하나로 개관된 세종문화회관이 1999년 재단법인체로 돛을 달았고, 1973년 장충동에 둥지를 튼 국립중앙극장이 2000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체계를 바꿨다. 그리고 1991년 개관한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2004년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출범하였다.
이렇듯 중앙에서 상징적으로 소수의 복합문화예술공간만이 한국의 공연장시스템을 대변하던 시대, 21세기 들어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인식이 태동하면서 동시에 전국적으로 많은 문예회관들이 건립되었다.
금세기 들어 문화예술공간의 지형이 형성된 것을 개관해 보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한국의 공연장 체계에서 한 역할을 맡아온 역사적·시대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경영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폐지 대상의 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어 안타깝다. 폐지와 존치라는 양면의 논리 구도를 떠나 문화예술이라는 대의적·대승적 차원에서 그 상징적 건축물은 지역의 정신(spirit of place)과 이미지가 농축된 역사적 존재성이 배태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예술적 상징물을 커다란 시각의 틀로 접근하여 더욱 유지 발전시켜 유구한 역사적 에디피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은 단순한 공장건물이나 단선적 사무공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문화예술 향유의 전당으로 존중하는 현대의 공연장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 제대로 공연할 공간이 없어 대중들이 모여 예술을 향유했던 구조물의 아고라에서 비롯되는 인류문명 정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통해 선진화 된 민족은 문화를 창달하고 예술을 부흥시켜 왔다.
그렇기 때문에 개관 후 수 십년 동안 경기도민과 함께 하며 문화예술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 되어 온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책적 판단은 입체적 접근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중앙 권역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그 위상과 역할이 타 지역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잠재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지자체 재원의 한계가 노정되는 추세 속에서 문예회관을 폐지하는 선례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중앙권에 위치해 현시적·잠재적 영향력을 갖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문화융성의 역방향을 주행하는 부정적인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면 이는 역사적인 오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자칫 문화예술 분야에서 문제점의 돌파구를 찾는 해법의 자극제가 되는 이른바 점화효과(priming effect)가 될까 우려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그 위상만큼 대한민국 문화예술 중흥의 선순환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오히려 경기도는 산업화·도시화 팽창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인간정신의 황폐화와 현대도시의 비인간화 시대에 문화를 통한 치유에 앞장섬으로써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곧 문화향유나 문화복지가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더더욱 문화정책의 순발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서는 급변하는 사회문화체계 속에서 주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시대에 부응하는 대혁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도민의 잠재되어 있는 다면적인 욕구(seeds)를 충족시키는 창발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경기도민의 진정한 문화예술의 중심체로서 부디 이번 현안들이 오히려 도약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권 前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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