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스토리]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마음 치유하고 외로움 달래주고 ‘애완용’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올해 초, 20대 예쁜 아가씨 홍지애씨가 쓴 편지의 일부다. 수신자 ‘리아’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다. 그녀가 동물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잊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로 사랑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지적장애인이다. 지애씨의 지적 능력은 일반인보다는 떨어지지만, 주로 함께 생활하는 지적장애인보다는 높은 편이다. 일반인과는 생활할 수 없고 아무 이유없이 자신을 잡아당기고 때리는 다른 장애인들과도 친해질 수 없었던 그녀. 때문에 말도, 표정, 감정표현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있었다.
그런 지애씨가 직접 편지를 쓰고 사랑을 전달한 정도로 변화한 것은 강아지 리아덕이었다. 리아는 한국반려동물매개치료협회(협회장 김복택ㆍ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가 진행하는 ‘동물매개교육’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협회는 지난 2011년부터 전문가와 반려동물이 동행해 다양한 이유로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중이다. 개, 고양이, 기니피그 등 다양한 반려동물이 많은 이들의 결핍을 채워주고 있다.
지애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세 달 동안 12번 리아를 만났다. 움직이는 것도 싫어했던 그녀는 점차 리아와 산책하고, 사진을 찍고, 웃으며 함께 장난치는 등 큰 변화를 보였다. 급기야 프로그램이 끝난 두 달 후, 협회 측에 리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담아 자필 편지를 보낸 것이다.
김복택 협회장은 “우리(협회 전문가) 모두 정말 놀랐고 뿌듯했다. 지애씨가 편지를 쓸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에 함께 행복했다. 동물은 인간의 장난감이 아니라, 교감하는 생명체임을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동물이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로 다가온 예는 더 많다.
지난 2014년 전국을 들썩인 ‘인천 쓰레기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에서 초·중·고교생 4남매가 부모의 방치 속에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집에서 수년째 생활하다가 이웃 신고로 발각됐다.
이후 보호시설로 간 아이 중 막내(당시 초등학교 5년)는 부모 학대와 갑작스러운 언론 집중에 카메라 공포와 대인 기피증세를 보였다. 협회는 이 아이를 대상으로 20회에 걸쳐 동물매개교육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소년은 웃음을 되찾았고 먼저 말을 걸 정도로 변했다.
실어증에 걸린 어린아이가 소리를 내고, 폭력적이던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다시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에 많은 동물이 함께했다.
이처럼 위안이 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에 달한다. 다섯 가구 중 한 집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5조 원을 넘은 상태다.
각종 통계와 많은 전문가들이 급격한 고령화,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출산율, 높은 이혼율, 1인 가구 증가 등을 반려동물 증가 원인으로 꼽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 대신 애완동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이유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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