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류의 문명과 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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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인 해로인 로저스는 그의 저서 <사라진 내일: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2005)에서 지구에 생명체 탄생 이후 쓰레기 또는 폐기물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사람과 동물의 분뇨 즉 똥과 오줌이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 공상 영화 <마션(Martian)>에서는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 마크 트와니가 지구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연명(延命)하기 위해 승무원 인분으로 무공해유기성비료를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와 같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으면 배설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의 중요한 생존의 법칙 또는 배설의 문화임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그는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을 만큼 분뇨처리는 오랜 기원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분뇨처리시설은 기원전 3천년 전 인도의 인더스강 지역에서 발견된 모헨조다로유적이다. 로마제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화장실문화를 갖추었는데 각 가정의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설치하고, 한때는 공동화장실 건립을 위해 배설세(排泄稅)를 부과하기도 했다.

 

근대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에는 도시화와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좁아진 주거공간으로 인해 곳곳에 배설물로 넘쳐났다. 심지어 각 가정에 화장실이 없다보니 오물을 모아 아침에 창밖으로 쏟아 버리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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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살아왔던 조상들은 뒷간이라는 이름으로 화장실을 발전시켜 왔다. 왕실 귀족들은 개인 용변기인 매화(梅花)틀과 매화 그릇이라 하여 이동식 화장실을 사용하였다.

 

분뇨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은 어떻게 다를까? 전통적으로 서양에서는 악취와 전염병의 근원이자 없애버려 할 골치 덩어리로 보고 이를 막는 대안으로 수세식 변기와 하수처리체계를 개발하였다. 반면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서는 귀한 존재로 돈을 주고 사는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지금도 가축분뇨는 땔감, 건축자재, 생활용품, 최고급 식재료로 활용되는 재료다.

 

현재 세계적으로 분뇨는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생명의 고리로서 화학비료의 대체재, 바이오 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투자가 더욱 필요한 때다.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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