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길 잃은 금융정책의 방향

조남희.jpg
금융은 첨단산업의 하나로 언급되곤 한다. 아마도 첨단산업이라는 의미는 금융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산업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금융은 전 산업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해주고, 금융공학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중요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대학들도 금융 관련 학과나 대학원이 많이 생겼다. 아마도 단군 이래 금융분야의 인적 자원이 지금처럼 육성되고 있었던 때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고, 향후에도 이와 관련된 대학원 등의 과정이 더욱 고도화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이번 ISA제도나 산업은행 사태를 보면 다소 이해가 될 듯하다. ISA 제도의 시행을 보면서 국내 금융산업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의 세금을 연 3천300억원 가량 소비하는 금융 제도인데도 금융의 전문성이 가미되기보다는 일부의 주장이나 주도로 졸속 시행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부자 만드는 통장이라면서 도입된 ISA가 발행된 통장 중 120만개 이상, 10개중 6개이상이 만원 이하의 깡통 통장이라는 현실이나, 제도의 시행과 이를 성공이라고 강변만 하는 금융당국을 보면, 과연 우간다보다 무엇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지금 산업은행의 문제나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라는 문제의 본질도 금융문제다. 금융을 시장의 기대나 수준과도 별개로 관치로, 끼리끼리의 이익이나 자리 나누기에만 열중한 결과가 결국 수십조원의 국민 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그동안 경험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논의나 해결 방향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대안 제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급하다, 시급하다며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처리만 하려는 진행뿐이다.

과거는 오늘과 관계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알고 싶지 않은지 몰라도 시장의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보다 책임 있는 금융당국, 관변기관, 단체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다고 보인다. 책임도 책임이지만, 향후에 발생할 다른 문제에 대해서 준비하고 대응한다는 자세에서 대책의 논의를 보다 진지하고 광범위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금융산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의 지배가 아닌 관치의 지배, 상품 중심이 아닌 마케팅 중심의 판매환경, 소비자 관점보다 금융사 관점으로 제도와 법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것이 문제다. 이러한 개혁을 위해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금융전문가들에 의한 올바른 개혁이 시급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