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에 처음 가면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다. “실손보험 있으시죠?” 병원에서 왜 실손 보험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걸까? 뒤따라오는 말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환자분의 증상에는 이러저러한 치료가 있는데 비급여라 치료비가 좀 비쌉니다. 그런데 실손보험이 있으시면 90% 보험보상이 되기 때문에 본인이 부담하시는 금액은 아주 적습니다.”
이 순간 의사가 권하는 치료가 아닌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비급여 치료라는 게 부르는 게 값이다. 이제는 의료 신기술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기까지 한 MRI 촬영비만 해도 15만원에서 75만원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고, 통증완화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프롤로테라피(인대강화주사)도 적게는 5만원에서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검사, 치료행위임에도 병원에 따라서 책정된 진료비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야만 한다.
최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도수치료만 해도 그렇다. 행위의 정의가 없어 의료기관별로 2~3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병원별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고, 적정횟수에 대한 기준도 없어 무분별하게 장기간 치료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잉진료의 전형이다. 모두 국민 개인의 몫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서비스 수준과 가격만 표준화해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회 연구보고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2007년 13조4천억원에서 2013년 23조3천억원으로 매년 건강보험 총진료비 증가의 약 2배에 달하는 증가율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정감사시에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해마다 메디컬푸어가 70만명씩 양산 된다고도 했다. 마치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비급여 의료비체계를 손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한 법이다. 국민의 불합리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비급여 의료행위와 가격을 표준화 및 세분화 하여야 한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향상과 의료비 부담 절감이라는 큰 목표를 향한 한걸음이 필요할 때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