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만도 못한 ‘국민관광지 산정호수’

음용수통에서 녹물 흐르고… 놀이시설은 녹슨 채 방치
안전점검 표지판엔 날짜 허위 기재
식당가 노후화 심각… 관광객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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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인 포천 산정호수 주변 시설이 노후화 된데다 관리마저 소홀해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위쪽부터 시계 방향) 녹슬고 지저분한 음용수 시설, 식당 뒤편에 방치된 LPG가스통들. 엉터리 안전점검 표지판. 김두현기자
“이곳이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국민관광지가 맞나요?”

 

지난 3일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포천 산정호수를 찾은 A씨(59ㆍ여ㆍ고양시 일산 동구)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민관광지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지만, 호수 주변에 설치된 위락시설과 식당가 곳곳에서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관리 현장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일부 놀이시설은 녹이 슨 채 방치돼 있는 것도 모자라 안전점검 표지판에는 아직 지나지도 않은 날짜를 버젓이 써 넣는 등 허위 기재도 서슴지 않았다. 편의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음용수통은 관리가 안돼 곳곳에서 녹물이 흘러 내려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다가 주변은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A씨는 “국민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는 곳이라 기대를 하고 왔는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만 커졌다”며 “동네 주변 공원도 여기처럼 관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변 식당가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호수 주변부지가 대부분 한국농어촌공사 소유로, 개발에 제한을 받게 되자 수리를 할 수 없는 일부 식당들의 노후화 문제가 심각했다. 또 각종 해충이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관리 부실에 따른 민모습을 그대로 노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대부분의 음식점이 식당 뒤편에 LPG 가스통을 방치하는 등 안전 상태도 불안했다.

 

산정호수 개발 당시부터 식당을 운영했다는 D씨(60ㆍ여)는 “요즘 찾아오는 관광객마다 시설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면서 “관리가 안되면서 관광객은 점점 줄고 평일에는 관광지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한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수 인근 상가의 상술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와 산정호수를 찾은 B씨(33ㆍ여)는 “호수 인근 상가에서 아무런 의식도 없이 모형 뱀을 버젓이 팔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자칫 모형 뱀과 친숙해져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면 산에서 뱀을 만날 경우 피하지 않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통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호수 주변이 대부분 농어촌공사 부지여서 근본적인 개발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정호수는 주변 명성산과 망봉산, 망무봉 등 작은 산봉우리가 호수와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 2012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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