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합니다. 앉으세요.”라며 내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출발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굼뜬 행동 때문에 다른 승객에게 왠지 미안하면서도 멋쩍은 순간이었다. 다음 정류장에서도 똑같은 멘트를 날리면서 마지막 승객이 나처럼 미안해하는 몸짓으로 앉자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버스가 움직이는데 한 할머니가 경로석에서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였다. 버스기사는 “할머니 자리에 앉으세요. 내릴 때 일어나세요.” 하면서 주의를 주었다. 할머니가 못 알아듣고 그냥 서 있자 기사는 다시 한 번 “할머니, 위험합니다. 앉으세요.” 라며 다시 버스를 세웠다.
기사는 또 “그러시다가 넘어지십니다. 앉으세요. 안 앉으시면 출발 안 합니다.” 하니 주변 아주머니들이 “할머니, 위험하다고 앉으시래요.” 하니까 마지못해 앉으셨다. 노인들이 오래 앉아 있으면 관절이 굳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안다. 할머니 딴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리 내릴 준비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면서 버스는 출발하였다.
할머니는 “그 아저씨 참 이상하네. 내가 무릎이 아파 서 있으려는데 왜 앉으라고 해.”라며 투정을 부렸다. 할머니는 뭔가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다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셨다. 나는 마침 창가에 앉아 있어서 버스에서 내리는 그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버스는 승객을 태우려고 정차해 있어서 할머니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버스에서 내리자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아, 내가 무릎이 아파 서 있으려는데 기사양반이 앉으라마라 하네. 별 이상한 사람일세.” 할머니에게는 이 버스기사의 친절이 뜬금없고 새삼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경찰청이 발간한 도로교통안전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매년 20만 건 정도의 사고가 일어나 약 40만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 보험사들의 통계는 경찰의 그것보다 약 6배가 넘는 120만 건 정도이다. OECD국가 중 최고의 교통사고유발국이다. 경찰에서는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자 특단의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범칙금을 크게 올렸다.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횡단보도사건 등 11개 항목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중단속하고 있다. 보복운전에는 CCTV나 시민들의 제보 등 가용한 자원 모두를 동원하고 있다.
교통심리학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의 상태, 동승자에 대한 배려, 보행자에 대한 주의, 노면의 상태, 기상상황, 도로교통법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의식적인 운행을 할 때 사고율이 가장 낮아진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버스기사와의 만남은 안전운행과 에코드라이빙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본 날이었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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