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황진희 시의원, 에스켈레이터에서 70대 노인 구한 미담

“사고 순간 자칫 움직였다가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 봐 아찔했어요. 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황진희 부천시의원(53)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뒤로 넘어지는 70대 여성을 몸으로 떠안아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황 의원은 지난달 27일 평소처럼 부천시 중동에 있는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 후 ‘제7대 전반기 의정보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순간 몇 계단 앞에 있던 전모씨(72·여)가 갑자기 뒤로 넘어지는 것을 보고 몸으로 떠안았다.

 

위쪽으로 작동 중인 에스컬레이터에서 겹쳐 넘어진 두 여성이 균형을 잡고 일어서기는 불가능했으며, 2차 위험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황 의원은 “사고 순간 자칫 움직였다가는 둘 다 위험할 수 있겠다 싶어 노인분을 끌어안고 그대로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의 평면 길이가 짧아 일어서다가 누구의 옷이라도 기계 사이에 끼어 들어갈 경우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황 의원은 “위에서 우리를 잡아당겨 주거나 에스컬레이터를 멈춰줄 사람이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며 “위급한 상황이어서인지 넘어져 있는 시간이 정말 길게 생각됐다”며 당시 상황이 떠올랐는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고 당시 반대편 하향 에스컬레이터를 탔던 남성 두 명이 이들의 위기상황을 보고 뛰어 올라가 위에서 두 사람을 잡아 일으켜줘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고로 아래에 깔려 있던 황 의원은 오른쪽 팔부터 다리까지 심한 타박상을 입었지만, 전씨는 다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모면한 황 의원은 우선 급한 대로 삐끗한 팔을 압박붕대로 고정한 후 일정대로 보고대회에 참석해 의정 활동을 마무리했다.

 

황 의원은 “극적인 상황에서 너무 살려고 발버둥치면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으나 흐름대로 내려놓으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특히 “바로 내 가까이에 손을 내밀어 도울 수 있는 일도 나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을 직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얻었다”며 “나 자신보다 상대를 더 생각한 그 순간이 놀라웠고 스스로 대견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상황이 닥쳐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밝히는 황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초선이지만 부천시 새마을부녀회장과 부천시 여성회장 등을 역임한 경력과 유화적인 성격, 끊임없이 공부하는 의원으로 누구보다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천=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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