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대부도 중심 지역에서 60년 가까이 ‘대부대장간’을 지켜오고 있는 최창남 장인(匠人·71).
대부도가 섬이었을 때 마을에 하나씩 가마에 불을 지피던 대장간이 있었지만, 육지와 이어지면서 그 많았던 대장간이 하나 둘 문을 닫아 이제 남은 것은 최창남 장인이 운영하는 대장간이 유일하다.
다섯 평 남짓한 대장 안에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는 호미며 곡괭이, 낫 등 다양한 농기구 하나하나에는 최 장인의 손길이 묻어 있다.
우직한 외모만큼이나 우리의 옛것에 대해 애정을 감추지 못하는 최 장인은 “군대 가기 전부터 철을 다루기 시작했으니 그 시간이 얼마야…”라며 회상에 젖었다. 이제는 지칠 만도 한 나이지만 “할 일만 있으면 지금도 가마에 불을 붙이고 싶은데 일이 없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허전함이 배어 있다.
“내가 철을 다루기 시작할 당시에는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고, 내게는 손재주가 있어 일을 배우는데 즐거움도 많았지”라고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는 최 장인의 주름진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자식들 모두 도외지로 내보냈어. 여기 남아 철을 만지면 먹고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랬지. 그래도 자식들이 판금인 도금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라며 최 장인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 장인 왜 그렇게 철에 대한 애정이 많을까? 수백 아니 수천 번의 담금질과 망치질을 반복해야 완성된 작품이 나오는 철 기구는 그래서 최 장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철만 그러는게 아니야 사람도 마찬가지지. 그렇게 그렇게 단단해지는 거야…”
그 의미를 알아차릴 시간도 없이 “바다가 죽어 가고 있어 문제야. 예전 바다가 건강할 때는 바지락이나 낙지 등을 잡기 위해 내가 만든 도구를 많이들 이용했는데 바다가 건강하지 못하니 도구를 찾는 사람도 줄었지 뭐…” 최 장인의 한마디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값싼 중국 제품이 들어오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여기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은 내 물건을 찾아. 지금도 쇠가 단단하고 좋거든. 중국산 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어”라며 자부심을 지닌 최 장인의 단단한 목소리에서 한길만을 걸어온 우직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제 새로운 농기구를 만들기보다는 믿고 찾아오는 이웃의 농기구를 수선해주는 일에 더 익숙해진 최 장인. 온기가 식어버린 가마를 쳐다보는 그의 눈길엔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다시 한번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가마의 열기 앞에서 힘차게 망치질을 하는 노장인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 희망이 이뤄지길 기원해 본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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