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선인들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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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마냥 서양에서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은 나눔을 실천하는 情이 많은 민족이었다. 어려울 때는 콩 한쪽도 나누었다는 우리 선인들. 우리 선인들의 나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여다 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하면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경주 최부잣집은 영남을 대표하는 만석꾼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12대에 걸쳐 300여년을 부자로 이어간 집안으로 유명하다. 최씨 집안의 가르침은 현대 우리 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그 가르침은 육훈(六訓)으로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넷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다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 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러한 여섯 가지의 가르침에는 나눔의 실천이 담겨있다.

 

호남에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전남 구례군에 있는 운조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세운 집이다. 이 운조루에는 쌀 두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나무뒤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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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주의 마개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타인능해란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때 마개를 열고 쌀을 가져가 밥을 짓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운조루의 주인은 배고픈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필요한 양의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람들이 마주치는 일이 드문 헛간에 뒤주를 두고 늘 개방해 가져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함이 있었고 또한 세심한 배려와 아낌없는 나눔의 실천 그리고 사회 환원이라는 책임을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 선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굶주려가는 제주도민을 위해 기꺼이 전 재산을 내놓은 김만덕, 그리고 평양의 백선행 등 많은 선인들이 나눔을 실천해 왔다.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요즘,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한 우리 선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더욱 생각난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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