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친 낡은 건물… 알고보니 문화재
그래서인지 낡은 건물에 관심을 주는 것에 인색하다. 우리가 평소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근대사를 담고 있는 건물이 있다면 믿어질까. 낡은 건물이 세월과 역사의 풍파를 견뎌낸 흔적이라면, 눈 앞의 역사교과서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건 바로 우리의 몫이다.
수원시 교동 팔달보건소 뒤쪽 골목인 향교로는 오늘날 사람도 차도 자전거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이 골목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당시 종묘회사였던 옛 부국원 건물이다. 옛 부국원은 1916년 일제가 농작물 종자와 농기구를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해방 이후 건물은 그대로 둔 채 자리를 옮겼다.
1952~1956년 4년 간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의 임시청사로 쓰였다. 그 이후 수원시 교육지원청과 공화당 경기도당사로도 사용됐다. 또 내과가 건물에 들어오기도 하고 출판사로 쓰이기도 했다. 옛 부국원 건물은 긴 역사만큼이나 주인도 많이 바뀐 곳이다. 더욱이 이 건물은 지난해 철거될 뻔한 위기도 있었으나 수원시에서 해당 건물을 사들이면서 철거 위기를 넘겼다.
옛 부국원 건물은 10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교동 주민들의 삶과 함께했다. 다시 찾은 옛 부국원 건물은 ‘한솔문화사’ 간판이 걸려있고 건물의 문은 잠긴 상태였다. 건물은 정사각형 모양의 회색과 검정색 블록으로 꾸며진 골목길과 꽤 어울리는 듯 했다.
그러나 왼쪽으로 늘어서 있는 신축빌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무언가 어색해 보였다. 또 익숙한 만큼 소홀해진 탓일까. 옛 부국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건물에 대해 물어보니 ‘오래된 건물’이나 ‘옛 수원지법과 수원지청 건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이천에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한 건물이 있다. 붉은색 벽돌에 주황색 기와를 얹은 1층짜리 건물이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금융기관으로 사용됐다. 1964년 이천농협에서 인수해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입구 바로 오른쪽에는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지붕 모양이 얹어진 검정색 송덕비가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은 번화가인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 어재연로37번길에 있다. 주변에는 옷가게와 화장품가게 등이 즐비해 있다. 화려한 가게들 사이에 투박한 빨간색 벽돌건물은 지나치기 쉽지만 건물의 보존 상태는 매우 훌륭한 편이라 또 하나의 역사 교과서가 골목에 놓여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와 달리 옛 대부면사무소 건물은 전통건축양식에 근대적 행정 기능을 수용한 곳이다. 이는 과도기적 행정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은 총 면적 93㎡인 건물 하나만이 단촐하게 있지만 처음 지었을 땐 사무실과 회의실, 숙직실 등을 갖춘 총 면적 140㎡짜리 건물이었다. 옛 대부면사무소 2004년 경기도 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됐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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