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없이 세계여행 걷는 足足 문화산책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는 ‘제2의 이태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인근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이 늘어났고 점점 규모가 커져 하나의 마을을 형성했다. 한산했던 거리는 외국어로 쓰여진 간판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 속 외국인지, 외국 속 한국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외국 가게는 물론 상점이 즐비하다.
다문화거리는 외국인들에게 자국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80여개 아시아권 식당뿐 아니라 곳곳에 아시아 마트가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 물품을 살 수 있다.
특히 일반 식당과 달리 자국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 주는 음식은 본토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서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각국의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는 특별한 장소들이 존재한다. 안산용신학교와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이다. 회색 빛깔의 안산용신학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허름한 외관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한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수십년 동안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외국인 ‘서당’과 같은 셈이다. 이곳에서 100여m 떨어진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은 여러 나라의 의상을 입어볼 수 있고 나라 고유의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다. 다문화 거리 곳곳에 이 같은 장소는 또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지난 2009년 경기도로부터 ‘음식문화시범거리’로 지정받은 것은 물론, 당시 지식경제부가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많았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도 한 몫했다.
그러던 중 다문화마을 특구 지정 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만을 위한 외국인 주민센터가 들어섰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거리 중심으로 풍경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자로 쓸 수 없는 은행 이름도 한자로 바꿔 간판을 달았고, 내국인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우리는 하나’라는 뜻의 키다리 아저씨 동상이 세워졌다. 이 동상은 거리 한복판에 설치돼 지금까지 이곳의 상징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 평택 신장동 거리
지난 1951년 K-55미군기지가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평택시 신장동 일대는 상권이 조성됐다. 부대 앞은 한글보다 알파벳 간판이 더 어울리는 거리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어느덧 6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평택시 신장1동, 신장2동, 지산동, 송북동, 서정동 일원까지 확대된 신장동 로데오 거리는 지역을 대표하는 거리로 성장했다. 면적만 해도 49만1천316㎡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데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특히 로데오 거리를 중심으로 송탄관광특구가 지정되면서 이곳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로데오 거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아픔이 있었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 IMF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고, 뉴밀레니엄을 맞이한 후에 미국에서 911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복합된 위기상황이 찾아왔다.
당시 로데오 거리는 오가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삭막하기까지 했다. 이후 국내외 정세가 안정을 되찾아갈 무렵인 지난 2006년 평택시가 송탄관광특구진흥계획을 수립했고, 거리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로데오 거리는 또 다른 이름으로 신장쇼핑몰 거리로 불린다.
이곳은 항상 물결처럼 넘실대는 인파에 발디딜 틈이 없고, 마치 미국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각종 먹거리와 개성 넘치는 액세서리로 가득 찬 노점상까지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특히 거리에는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 학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복을 만드는 양장점, 미군 의류판매점 등 다양한 볼거리도 있다.
로데오 거리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A씨(58)는 “아침 저녁으로 거리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며 “다른 지역과 달리 평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에 관광객도 찾아오지만,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사온다”고 말했다. 이어 “봄이면 거리를 중심으로 벚꽃이 활짝 피는데 평택의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역은 하루평균 유동인구가 25만명에 달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메카’로 통한다. 옷가게 등 쇼핑점과 맛집이 많아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리는 서울 명동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파가 몰리면서 젊은이들의 거리인 ‘로데오 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런 수원역은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땅을 찾은 중국 동포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 다문화 공간인 서울 이태원 등이 주둔해 있는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과 달리 수원역 앞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면서 생긴 공간이다. 저렴한 집값과 지하철, 시외버스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화성과 안산지역에서 근무·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원역을 선호한다. 또 중국 동포들이 우선 이곳에서 정착한 후 가리봉동과 대림동 등 서울로 진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도 하다.
이곳 거리는 일명 ‘연변거리’, ‘조선족 거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다문화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중국어로 적힌 식당과 가게 등 중국에서 선호하는 빨간색 간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특히 각 나라의 음식을 손쉽게 맛볼 수 있는 다문화푸드랜드가 수원역과 직선거리로 200m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현재 4천여명 이상의 중국 동포들이 거주하면서 이곳 거리는 자연스럽게 ‘차이나 타운’으로 조성됐다.
정민훈기자
나홀로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혼자 떠나는 골목길족 급증… 온라인서 정보 공유도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다고 말한다.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떠나야 한다는 공식같은 문화가 연령을 불문하고 굳어진지 오래다. 연중 휴가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요즘, 우리는 대체로 혼자보다 가족 또는 연인, 친구와 일정을 맞춰 여행을 떠난다.
반대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작 혼자 떠날껄…’이라며 탄식한다. 동행과 의견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물론, 혼자 떠난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은 그 어떠한 여행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특히 혼자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최근 골목길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골목길여행자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노하우(?)를 교류하기도 하며 가볼만한 골목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골목길까지 조명하면서 나홀로 골목길 여행자 수는 많아지고 있다.
국내 한 대형포털사이트에서는 ‘나홀로 골목길 투어’, ‘나홀로 골목길 여행자’라는 키워드가 뜨겁다. 한 여행자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이 다닌 골목길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누리꾼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처음 가는 여행자라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직접 걸어다니며 ‘역시 이 정도는 좋은걸~’이라고 느낀 길을 추렸다. 이러한 관심은 결국 책 제작으로 이어졌고, 익명의 후원자 134명으로부터 244만4천500원의 비용을 지원받게 됐다.
골목길 여행자가 하나 둘씩 늘면서 골목길은 좁은 길이 아닌 새로운 여행 장소로 변하고 있다. 골목길을 찾는 이들은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고, 사람 사는 걸 가깝게 마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그러한 모습은 매력적으로 또는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풍경으로 다가와 품 안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든다.
정민훈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