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구산성당 건물 통째로 옮긴다

주변개발로 철거위기… 균열없어 원형 이전 가능 판정

▲ 하남구산성당
▲ 하남 구산성당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개발에 따라 철거위기에 놓였던 ‘구산성당’의 원형 보존을 위해 건물 전체를 통째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옥 등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 벽돌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기법은 국내 최초로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특수 공법으로 평가받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시와 구산성당 신자총회 등에 따르면 김영기 구산성당 신자총회장은 “현 성당 건축물을 철거할지, 보존할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종교 문화유산으로 원형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아 원형 그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자회는 지난 21일 성당에서 건축문화유산 보존기술 분야 2개 전문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갖고 이전 결론을 내렸다.

 

원형 이전 공법은 건축물 바닥(약 120㎡)을 기초부터 일정 높이로 들어 올리고 나서 진동 완충 장치가 있는 트레일러와 비슷한 장비에 실어 옮기는 방식이다. 이전할 부지까지 이동 거리는 200여m에 불과하고 60년 된 건물치고는 균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원형 이전이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다만, 건축물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안정된 지반의 이동로 확보 등 기술적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전 작업은 조사기간 20일을 포함해 8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억5천만 원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은 신자회 측이 충당할 계획이다. 이전에 앞서 근대문화유산 등록과 향토유적 지정 등에 대비해 실측 조사 작업도 병행한다.

 

미사강변도시 안에 있는 구산성당은 지난 1836년 공소(公所)로 시작해 1979년 성당(본당)으로 승격했다. 올해로 공소 설립 180년, 공소 건축 60년이 됐다. 이 성당은 조선 후기 순교 성인 김성우 생가터에 마을 40여 가구 주민이 한강변에서 돌을 나르고 벽돌을 만들어 1956년 완성됐다.

 

성당 인근에는 김성우 성인의 묘가 안치된 구산성지가 있어 신자의 순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남=강영호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