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용역보고서가 도의원 박사논문 둔갑

표절 논란 천동현 도의원 보고서 작성 전과정 개입
수의계약 통해 한경대 지원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 의혹

천동현 경기도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이 특정 연구용역보고서와 상당수 일치, 표절시비(본보 22일자 1면)에 휘말린 가운데 천 의원이 해당 보고서의 연구 주제선정부터 예산 지원까지 사실상 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천 의원은 완성된 보고서를 개인적인 박사학위 논문으로 둔갑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24일 경기도의회와 안성 한경대학교 등에 따르면 천동현 도의원(새누리당·안성1)은 지난 8대(2010년7월~2014년6월) 도의원으로 활동 당시 ‘경기도농업경영진단연구회’란 의원연구단체에 속해 활동했다. 의원 연구단체는 의원별로 소속 상임위원회와 다르게 특정 관심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일종의 ‘학술 동아리’이다.

 

당시 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위원장이던 천 의원은 해당 연구단체의 연구회 회장을 겸했다. 이후 연구회는 ‘경기도 선택형 맞춤농정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고자, 도비 1천750만원을 들여 지난 2011년 3월부터 4개월간 한경대 산학협력단에 용역 의뢰했다.

 

도의회 의원 연구단체 구성과 운영 조례를 살펴보면 2천200만원 이하의 용역비는 수의계약(경매ㆍ입찰처럼 정해놓은 절차 없이 적당한 상대방을 마음대로 선택해 맺는 계약)을 통해 선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당시 연구 회장이던 천 의원은 다른 회원들과 애초 ‘경기도 맞춤농정’이란 연구목적을 정했고, 한경대를 선택해 수의계약을 통해 용역비(도비)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천 의원은 완성된 보고서를 개인적인 박사학위 논문으로 한경대에 제출했고, 지난 2012년 한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천 의원이 박사학위를 딴 곳과 용역보고서를 만든 곳 모두 한경대인 셈이다.

 

이를 두고 해당 연구용역의 연구 책임자도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연구 책임자는 “천 의원은 (한경대가)용역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던 당시에 비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고 연구했다”며 사실상 천 의원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보고서를 활용할 의사가 있었음을 일부 시인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의원 연구단체와 연구기관과는 별개”라면서 “보통 연구기관에서 나온 결과물(연구용역보고서)만을 가지고 입법 활동에 임하는 것이 의원 연구단체의 목적이지, 의원들이 일반적으로 연구 과정에까지 참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 의원은 “왜 이 시기에 이 같은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지적한 부분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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