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운전면허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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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란 타인의 미래 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라 하였다. 즉,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상대방의 협조를 기대하는 것으로부터 신뢰는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행정연구원에서 국가, 사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신뢰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는 입법·사법·행정 업무와 관련하여 소통, 투명성, 일관성에 있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최근 일상생활의 필수사항인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선대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현행 운전면허 시험제도는 국가 면허시험장에서만 시행하다가 1995년 기능, 운전면허 응시자 적체현상이 일자 부득불 운전교육기관인 운전전문학원제를 도입 검정권을 부여하여 시행하였다. 또한 2011년 국민편의 확대란 미명하에 운전면허시험을 대폭 완화하여 의무교육시간이 총60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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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운전면허 취득 제도가 부실운전자 및 비정상적인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다양한 지적들이 있어 왔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면허시험 개선안을 발표했으나, 속내를 살펴보면 1995년 이전 시행하던 장내 기능시험을 재도입하는 것일 뿐 새로운 것이 없어 동족방뇨(凍足放尿)의 방편에 지나지 않음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운전면허취득을 대하는 선진국의 태도는 매우 엄격하다. OECD회원국 의무교육 시간은 평균 50시간이다. 특히 교육과 시험을 철저히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식 운전면허를 따는 데, 호주 4년, 프랑스 3년, 독일은 2년이 걸린다. 대부분 초기에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운전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후에 정식면허를 주고 있다.

 

운전면허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과 그 결과에 따른 엄격한 법 집행이다. 이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고 멋있는 나무일지라도 올곧게 서있을 수가 없는 법이다. 운전면허 취득수단이 사실상 이원화된 현행 운전면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운전교육시간만 확대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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