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수도권 주민 ‘삶의 질’ 개선 위한 GTX 조기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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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34개 회원국 중 27위이다. 34개국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너무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직장인들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한국 직장인들은 OECD 회원국 평균 1천770시간보다 연간 354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이 길다보면 삶의 질을 누릴 여유를 가지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직장인 1천2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다소 의외로 느껴지는 응답이 나왔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서러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나온 대답은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긴 시간 출퇴근 할 때’라는 응답이었다. 응답자들의 거의 절반은 긴 통근시간으로 인한 수면부족을 호소하였으며 특히 긴 통근시간으로 인해 가족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크게 드러냈다.

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한국 직장인들이 통근하는 데는 평균 58분이 걸려 OECD 평균(28분)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이 가장 짧은 노르웨이(14분)와 스웨덴(18분)의 3~4배나 됐다.

 

왜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의 통근시간이 이처럼 길게 나타나는가?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잘못된 도시ㆍ주택정책 때문이다. 급증하는 수도권 주택수요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서울외곽에 일종의 침상형 신도시를 대량으로 건설했다. 일자리는 주로 도심에 몰려있고 주거지는 외곽에 분산되어 있는 이른바 ‘직주분리’ 현상으로 인해 매일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도시 교통관리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일산ㆍ분당 등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가 건설돼 통근 수요는 늘어난 데 비해 교통수단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신도시 건설로 고양, 성남 등 경기도 도시들의 인구는 2~5배까지 늘었지만 광역철도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수도권의 면적(1만789㎢)과 인구(2천280만명)를 고려했을 때 주요 선진국 도시보다 광역철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광역철도 보급 수준은 면적 기준으로 볼 때 도쿄 권역의 54%, 런던 권역의 11%, 파리 권역의 62%에 불과하며, 거주 인구 기준으로는 도쿄 권역의 55%, 런던 권역의 24%, 파리 권역의 28%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하 40~50m 깊이 터널로 고속열차가 시속 200㎞까지 달릴 수 있는 GTX사업 등과 같은 획기적인 광역철도 보급 사업을 강력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교통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도권 동서남북을 커버하는 GTX 3개 노선 등 계획된 광역철도 구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도권 통근 시간이 40분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수도권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통근자들의 복지 향상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GTX 조기개통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이유이다.

 

허재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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