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번아웃 키즈, 우리 사회에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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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지난 주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학교가 한산해지는 여름방학이 되면 청소년시설은 일년 중 가장 바쁘고 활기찬 시기를 맞는다. 학기 중에 하기 어려운 캠프나 봉사활동,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자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육성재단에는 다종다양한 시설이 있는데 여름방학이 되면서 청소년들이 부쩍 많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체육관,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과 도서관이다. 스스로 왔든 등 떠밀려 왔든 간에 청소년기 운동과 독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신간도서 <번아웃 키즈(Burnout kids)>가 화제가 됐다. 알다시피 번아웃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 나중엔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감각해지는 소진(消盡)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이 단어는 주로 한 분야에서 전력투구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된 성인들에게 쓰였다.

 

그런데 저자 미하엘 슐테 마르크보르트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 중에 통상적 범주를 벗어난 아이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늘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여러가지 정서적 장애와 불안증을 보인다. 사춘기의 특권인 열정과 호기심 대신 무기력과 탈진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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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화제를 모은 것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 해법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해내야 할 과제이지만, 지금 당장 작은 단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운동은 신체의 균형발달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준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쉬운 방법이면서 체력과 집중력을 길러줘 결국은 학업에 도움이 된다. 또한 농구나 축구 같은 운동경기는 리더십과 협동심을 키워 주고 규칙의 존중 등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빌 게이츠는 어린시절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하는 고집불통이었지만 성공한 뒤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가 주신 최고의 조언은 운동을 못하는 내게 밖에 나가 놀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수영, 축구, 미식축구 등에 도전하도록 했고 이런 교육은 그가 창업한 뒤 리더십과 도전정신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청소년들이 운동과 야외활동을 많이 하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온가족이 가까운 공원에서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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