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문학관은 시민들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이 산책을 나와 가볍게 찾는 열린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천재성과 순진무구함에 반해 20여 년 전 천 시인의 삶을 연극화한 것이 계기가 돼 줄곧 인연을 맺게 됐다는 극단 ‘즐거운 사람들’의 김병호 단장은 천상병 문학관에 대한 구상을 이같이 밝혔다. 극단 단장으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천상병 시인 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이자 천상병 예술제 총감독 등 천 시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나서고 있다.
천 시인의 시 ‘귀천’을 읽고 반한 김 단장은 1993년 천 시인의 부음 소식을 듣고 의정부의료원에 문상을 갔다가 부인 목순옥 여사에게 천 시인의 삶을 연극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이듬해 천 시인의 삶을 연극화한 ‘귀천’을 대학로 바탕골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후 5주기 때 대학로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천 시인의 삶을 조명한 서사극 ‘새’를 공연한 것을 비롯해 15주기 ‘귀천’ 뮤지컬 등 천 시인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10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한 당시 김문원 시장이 천 시인을 기리는 뜻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할 것을 김 단장에게 제안하면서 천상병 예술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렇게 천 시인과 인연을 이어오던 김 단장에게 2011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목 여사마저 돌아가시면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던 장암동 수락산 기슭의 집이 경매처분될 처지에 놓이자 천 시인의 유품을 치워달라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단원들과 두 차례나 오가며 500여 점이나 되는 천 시인의 각종 유품을 구리시 갈매동 극단 창고로 옮겨 관리하고 있다.
이후 김 단장은 의정부시와 서울시 노원구에 여러 차례 천 시인의 유품 관리 및 문학관 건립을 요청했으나 지자체 측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최근 도종환 시인과 문학관 건립을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던 차에 본보 보도 뒤 의정부시가 천상병 문학관 건립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 단장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접근성이 좋고 수락산과 도봉산을 누구보다 사랑한 천 시인의 정신을 살리고 생활예술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옛 집터 부근인 장암역 광장이나 의정부예술의 전당, 청소년수련관, 의정부 정보도서관 부근 등을 부지로 들었다.
김 단장은 매년 10월이면 천상병과 목순옥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천상예술제를 열고 모과차를 팔아 문학관 기금을 모으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서는 기자에게 김 단장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올해 열리는 천상예술제에 모과차를 마시러 꼭 와달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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