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상상하는 미술관

100년 전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도시 그림들을 본 적이 있다. 오늘날 실현된 것들도 많지만 실소를 머금는 장면들도 많다. 사람들은 이렇게 때때로 비약적인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당대의 상상력은 동시대의 한계를 그대로 담기 마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어떤 것’들은 대체로 그런 인식하지 못하는 제약 속에서 그려진다. 그렇다고 상상을 멈출 수는 없다. 꿈꾸기를 멈추는 순간,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와 국가를 비롯해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의 세계를 살아가는 오늘에는 더욱이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현상을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상과학영화 속의 미래 도시들은 종종 어두운 세계로 묘사된다. ‘새로운 현상’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이유도 있지만, 당대 인식의 한계 속에서만 해답을 구하기에 ‘새로운 관점’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상상한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시대성)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미술 혹은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대중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는 일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예술가들의 성과는 눈부시다. 때때로 시대를 앞서가는 인식과 표현들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도 만들었지만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건축과 일상의 디자인에 가져온 혁신은 물론이고, 머릿속의 생각도 미술이 된다는 개념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관습적 사고에 언제나 허를 찔러왔다.

‘24시간 개방하는 미술관, 전시실 안에서 캠핑하는 미술관, 재미있는 요리강습과 음식파티가 있는 미술관, 주말 저녁에는 나이트클럽으로 변하는 미술관’, 일상과 예술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대중을 미술관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재발견한 미술관의 이런 변화는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나게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미술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왔다. 신생 미술관이 구축해 가야하는 본연의 역할인 ‘조사·연구·수집·보존·전시·교육’의 임무도 막중하지만, 미술관의 이런 복합적이고 다원주의적 활동은 미술관이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해야하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의 기획과 운영은 전시뿐만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활동과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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