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협력업체인 갑을프라스틱의 부도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고의성이 짙다’며 채권단이 고발에 나섰다. 문제는 갑을프라스틱의 부도로 하도급 업체 280여개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하도급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부천 소재 갑을프라스틱은 LG전자 휴대폰 케이스를 생산·공급하는 업체다. 1994년 LG전자(당시 LG정보통신)와 첫 거래를 시작한 후, LG전자가 수여하는 ‘우수협력사’ 상을 연거푸 수상할 정도로 품질이며 혁신활동 성과를 인정받은 회사다. LG전자도 협력사의 역량 향상을 위해 그동안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갑을프라스틱은 월평균 70억원대의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해 연간 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회사였다.
그런데 지난 6월30일과 7월5일자 IBK기업은행 부천 도당동 지점으로 돌아온 55억여원의 외상매출채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이로 인해 갑을프라스틱과 거래하던 부천지역 협력업체(LG전자의 2차 협력업체) 180여 개 등 전국 280여 개사가 260억원대의 피해를 입는 등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피해업체 가운데 64%는 부천에 집중돼 있어 지역내 금형산업이 크게 위축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갑을프라스틱의 40여 협력업체가 대책위원회를 구성,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갑을프라스틱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으로 고발했다. 채권단은 갑을프라스틱이 충분한 지불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적인 부도로 하도급 업체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갑을프라스틱이 LG전자로부터 결제대금을 현금으로 받았는데도 하도급 업체에는 어음을 발행하고 결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음 결제가 안돼 하도급 업체 대부분이 연쇄 부도 위기에 몰리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갑을프라스틱이 사전에 LG전자 소유의 400억여원 짜리 금형기 등 각종 기계를 빼돌린 의혹과 부도 전 대표의 친인척들이 대거 퇴사한 점, 부도 직후인 7월 6일 회사를 전격적으로 처분한 점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사법당국은 채권단의 주장을 토대로 여러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부도가 고의적이라면 갑을프라스틱 대표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기업인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수백여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빠른 시일내에 고의성 여부를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관련부처와 지자체도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을 막을 방법 모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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