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는 그 가치와 기능을 후대에 계승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명맥을 이어갈 계승자가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고의 명품을 만들기 위해 생계는 물론 생활까지 절제하며 살아가야 하는 장인들은 늘 답이 없는 고민에 고민을 더 하고 있다. 경기도무형문화재 제18호 옥장 전수조교 김성운씨(45)도 마찬가지다.
김성운 옥장(玉匠)은 지난 2000년 국제교류재단의 요청으로 세계적 박물관인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한국관에 영구소장된 ‘옥화로’를 제작한 옥의 명장 故 김용철씨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옥을 접했다.
“중학생 때 옥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이리저리 만지고 깎아보고 다듬어 보기 시작한 것이 옥과 인연을 맺은 시작”이라고 말하는 김 옥장은 가장 한국적인 미를 담은 옥 공예품을 만들고 싶어 오늘도 옥만을 생각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선친께서 옥을 다루기 시작하셨으니 옥과는 정말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그리고 저도 옥이 지닌 한국적인 성질과 성향이 너무 좋아 옥을 대하면 대할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김 옥장이 생계와 싸우면서도 옥을 곁에 두는 이유다.
현재 김 옥장은 각종 논문을 보면서 지난 1713년 조선시대 왕권이 강화됐던 숙종 당시 어보(御寶·인장)의 머리부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당시 어보의 조형미와 기술이 뛰어나 이를 통해 과거 우리 전통문화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또한 기술개발을 통해 시대에 맞게 계승시켜 나가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옥은 다른 어떤 원석과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어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 또한 비싸다. 특히 생활고라는 또 다른 영역과 싸워야 하는 환경 때문에 전통공예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현재 국내에 옥장 전수조교는 김 옥장을 비롯해 단 2명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옥장의 걱정은 깊어만 가고 있다. “좀 더 원석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우리 전통 공예품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 준다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공예품을 전승하려는 사람도 많아지지 않겠어요. 세계적으로 뛰어난 우리 공예품은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 없는 그것만의 가치가 있기에…”라며 돌처럼 우직하고 한결같은 속내를 내보였다.
“좋은 원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한국적인 선과 아름다움 그리고 멋과 기품을 간직한 우리 옥 공예품을 만들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 옥장은 오늘도 안산시의 주택가 지하에 마련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고달프지만, 우리의 전통공예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노력과 그 철학을 이어가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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