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중순께 의왕경찰서 청계파출소에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한국전쟁 때 포탄에 맞아 가족 모두 잃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강 할머니(78)는 경찰관으로부터 받은 시원한 물을 들이켠 뒤 “가족 없이 홀로 살아왔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있는데 경찰관 아저씨들이 도와주세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6·25 한국전쟁 당시 언니들은 모두 포탄에 맞아 사망했고 홀로 힘들게 살아왔다는 강 할머니는 60년 전에 헤어진 사촌오빠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강 할머니의 딱한 사연을 들은 청계파출소 경찰관은 강 할머니의 사촌오빠 찾기에 나섰다. 강 할머니가 기억하는 것은 사촌오빠의 이름뿐이어서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 달여 만에 사촌오빠와 어렵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엔 사기행각인 줄 안 사촌오빠는 청계파출소 직원이 자신이 사는 인천으로 직접 찾아와 강 할머니의 사연을 들여주자 그때야 믿었다. 두 남매는 지난 8월21일 헤어진 지 60년 만에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됐다.
강 할머니는 “경찰관들이 죽기 전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뭐라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촌오빠인 강씨도 “경찰관이 사촌 동생을 찾았다는 말을 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어릴 적 한번 보고 6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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