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생 창얼이 개업선물로 받은 잡동사니들을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과 ‘물물교환’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이페이 명소로 자리 잡게 된다. 그 중 한 남자가 세계 35개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35개의 비누를 가져와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얼은 비누마다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35장의 그림을 완성한다. 비누가 자신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35개의 이야기가 담긴 비누 35개와 그림 35장을 가지고 떠났다. 창얼은 언니의 그림까지 가져가버렸다고 화가 났지만 두얼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을 거야. 그 그림은 원래 내 것이 아니야.”
이야기는 기억이고 기억의 모음은 결국 삶이다. 두얼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비누와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두얼은 돈을 벌고 싶었지만 카페를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던 창얼은 자동차가 생겼지만 카페에 남는다.
그래서 사실 두얼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굳이 길을 떠날 필요는 없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고유하게 생기는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내 주위로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나만의 있음에도 아직 그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그 첫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야기를 솔솔 풀어낼 첫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화 하나면 된다.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해 언론계에 돌풍을 일으킨 아리아나 허핑턴이 쓴 베스트셀러 전기 <파블로 카잘스>와 <마리아 칼라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일화들은 주인공의 운명적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도입부에 차용된 것이지만, 무명의 삶이라고 해도 잊히지 않는 어떤 순간, 어떤 한 때는 있다. 그 결정적 한 장면부터 찾아보자. 그 다음엔 술술 굴비 엮듯 이야기가 엮여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내 것이다. 그것이 진짜다.
전미옥 마이스토리 대표중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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