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수원청소년 - 꿈꾸는 나비릴레이

유럽 최초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중심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인구 22만의 작은 도시지만 고딕양식의 대성당과 대학으로 유명하고, 무엇보다 ‘세계환경수도’로 불리는 독일의 대표적 생태도시로서 관광객들과 건축학도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가 된 이곳에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양 시가 합의를 마쳤고, 수원시민들은 동상 제작기금 마련을 위하여 약칭 ‘독일평화비건립위원회’를 발족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오는 12월 10일 ‘자유의 도시’라는 뜻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인권유린의 상징인 소녀상이 세워질 전망이다.

 

같은 전범국가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반성과 사죄로 일관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매년 8월 각료들이 A급 전범을 안치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으로 역사인식을 대변하고 있기에 독일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1월 서울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된 이후 전국 각지에 약 50개가 세워졌으며 지금도 민 간 중심으로 계속 건립되고 있다. 또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조형물도 10개 정도가 됐을 정도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소녀상이 단순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을 기리는 조형물이라면 이렇게까지 세워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위안부’라는 전쟁의 참상과 잔인성을 극악하게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소녀’가 보여주는 평화와 여성성의 가치가 아픈 과거를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재단에서도 소녀상이 의미하는 가치를 미래지향적으로 내면화하고자 청소년들과 함께 작은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달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에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캠페인과 기금 모금, 퍼포먼스를 펼친 것을 계기로 재단 각 시설의 청소년동아리들과 임직원이 동참하여 이번 주말인 오는 2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올림픽공원 수원 평화비(평화의 소녀상)를 찾아가는 ‘수원청소년 ― 꿈꾸는 나비 릴레이’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무슨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녀상의 주변 환경을 정돈하고 작은 공연이나 캠페인을 펼치면서 바른 역사인식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생활 속에서 내재화하고자 하는 소박한 시간이 될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앞으로도 릴레이처럼 계속되어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휴머니즘과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각인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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