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수로 건설 및 운전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로 원전 사고에 대한 염려가 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 역사상 대표적인 원전사고는 1979년 미국의 트리마일 원전사고, 역사상 최악으로 분류되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이들 원전사고 모두 인재로 인한 사고로 평가되고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발생으로 인한 쓰나미가 단초가 되었다.
2016년 9월12일 천년 고도 경주에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1978년 지진관측이래 최강이라고 한다. 경주 지진은 양산 활성단층에 기인하며, 고리원전 인근 일광단층과 월성원전 인근에 울산단층이 모두 활성단층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원전 설치에 부적합하다는 활성단층지역에 원전 14기가 모여 있는 셈이다. 온 나라가 화들짝 놀랐다, 식자우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이미 설치된 원전과 다시 올지 모를 미래의 지진에 대한 두려움에 빠졌다. 할 수만 있다면 원전을 회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사용하던 원전의 포기는 쉽지 않다. 원전의 포기는 에너지의 독립을 어렵게 하며 경제 생명체의 심장을 멈추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and Medium-sized Reactor)’ 즉, 소형 원전이다. 이는 꿈의 원자로라 불리는 제4세대 원전으로서 3세대 경수로 원전보다 지속가능성과 안전성, 경제성, 핵확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소형모듈원전은 기존 원전 발전용량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며, 원자로 냉각을 위해 바닷가에 설치가 불가피한 기존 원전과 달리 금속을 이용해 원자로를 식히기 때문에 육지나 땅속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특히, SMR의 하나인 SFR(Sodium Cooled Fast Reactor)은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핵 원료를 모두 수입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설치 부품 수는 100분의 1에 불과하나 안전성은 1천 배 이상이다.
원전의 핵심 요구사항은 절대적 안전이다. 소형모듈원전의 안정성은 이미 입증되어 있다. 원자력 잠수함은 소형모듈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실체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잠수함을 보유한 지 60년이 넘었다. 이러한 엄청난 장점과 경쟁력은 이미 수많은 나라의 관심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발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SMR이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진 원자로이지만 정치, 경제적 이유로 침체 조정기에 놓여 있다. 더구나 SFR의 특성상 핵연료 주기기술 개발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는 군사적 목적으로의 기술적 전용 가능성 때문에 핵 투명성 및 신뢰도 확보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SFR로서 ‘KALIMER -600’이라 명명된 중형원자로를 설계한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형원전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소형원전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우리의 재주라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소형 원전이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에른스트 슈마허(E.F. Schmacher)’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를 두고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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