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 focus] 주민과 함께 '도서관 밑그림'… 눈높이 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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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천국’ 부천시가 공공도서관의 패러다임을 바꿀 색다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20년 개관 예정인 ‘범박도서관’(가칭)을 시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건립 초기 단계부터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앞으로 4년 후에 개관할 공공도서관을 주민 친화형으로 만들기 위해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주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행정기관이 도서관 컨셉을 정하고, 설계를 하는 여느 도서관과 달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서관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에 도서관이 들어설 ‘옥길 공공주택지구’ 입주 예정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2009년부터 조성에 들어간 옥길 공공주택지구는 9천600여 세대, 2만6천여 명이 2017년 말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서관에 어떤 시설이 들어갔으면 좋으냐는 설문조사를 하자, 예비 주민들은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공공도서관 건립을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건립 이후 빚어질 각종 시행착오를 줄이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 사본 -원미도서관_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고재민 수원과학대 교수,이상복 대진대 교수,박상현 옥길지구입주민연합회 대표,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본부장,정재현 부천시의원(왼쪽부터)

 

◇주민 참여 공동도서관 건립 과정

부천시는 옥길 공공주택지구 조성이 진행되던 2012년 12월 지구 내 6천165㎡를 ‘범박도서관’ 부지로 확정하고 건립 계획을 세웠다.

시는 도서관 총 연면적 6천500㎡ 가운데 4천500㎡를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2천㎡는 주민 친화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짓기로 했다.

시가 공동도서관에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넣기로 한 이유는 도서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함이다.

원미도서관 관계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면 도서관 이용자 뿐만 아니라 문화공간 이용자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오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기존의 도서관은 일부 시민들만 이용했는데,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면 모든 시민이 맘 편 즐기다 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시는 도서관을 이용할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시설이 복합문화공간에 들어서면 좋겠냐는 의견을 들어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12일부터 4주 동안 ‘시민이 만드는 범박도서관 건립-도서관 건립테마·공간구성 등에 대한 의견수렴’이란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586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는 범박도서관의 주 이용 고객이 될 옥길 공공주택지구 입주예정자가 78%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 조사에서는 ‘어떤 테마를 특화해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설문에 응한 33.6%의 주민이 ‘자연생태’를 선택, 자연생태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육아와 음악·미술이 각각 20.8%, 진로취업 10.6%, 레저여행 9.4% 순이었다.

또 시민들은 도서관에 필요한 공간으로 카페같은 휴식공간(20%), 아이들 공간(18%), 문화체험 공간(15%), 책 읽어주는 공간(12%)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출입구가 넓고 계단이 낮아 아이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 ‘창을 내어 주변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생태적 도서관’,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할 수 있는 도서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도서관 건립 전부터 시민 의견을 수렴해 이를 반영한다는 시책에 대해 시민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범박도서관의 주 고객이 될 박상현 옥길 공공주택지구 입주자대표는 “지금까지 이런 경험은 없었다“며 “행정기관이 건립 4년 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공공도서관을 짓는다고 했을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천정이 높은 도서관이 됐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뛰어 놀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사본 -도서관전경_꿈여울

◇복합문화공간 조성에도 시민 의견 적극 반영

도서관과 함께 조성될 복합문화공간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는 최근 시청 소통마당에서 공공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시민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와 다른 지역 복합공간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복합문화공간을 어떻게 조성할 지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토론자들은 도서관과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내놨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고재민 수원과학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건립의 기본방향 설정”이라며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규모를 확보하면서 건립계획 단계에서 시민의견을 반영한 복합시설을 고민하는 것은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은 도서관 내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업 경험과 성북구 달빛마루도서관, 파주시 가람도서관 등의 운영사례를 통해 “건립과정 초기부터 복합공간 내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본 -도서관전경_한울빛

 

패널토론에 참여한 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본부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해 시민과 정책입안자 등 다양한 관계기관들이 바라는 복합조성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다를 것”이라며 “지역 내 여러 계층에 대한 심층인터뷰와 다양한 시설, 단체와의 협력테이블 구성 등 충분한 건립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현 부천시의원은 “앞마당에 야외수영장이 있는 도서관, 음악이 흐르는 열람실, 옥상텃밭, 육아의 고민을 덜어주는 도서관 등이 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정 의원은 “다른 도서관이 하는 것은 하지 않고, 지역경제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도서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도서관 건립정책에 적극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부천=김현수기자

 

 

 

'모든 시민이 10분 이내에 도서관을 이용한다'

 

‘모든 시민이 집에서 나와 10분 이내에 이용이 가능한 도서관’은 부천시가 지향하는 ‘도시관 시책’의 최종 목표다.

시는 모든 시민이 집을 나와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홀씨도서관→이동도서관’으로 이어진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10분 거리의 도서관’을 지향하고 있다. 거리, 시간 등의 이유로 공공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시는 작은도서관, 홀씨도서관, 이동도서관 등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2020년까지 현재 12개인 공공도서관을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새롭게 개관할 도서관은 도당도서관(도당어울마당 4층-2016년 12월 개관), 오정도서관(오정어울마당 내-2017년 2월), 역곡도서관(역곡공원-2018년 7월), 범박도서관(옥길 공공주택지구-2020년 상반기) 등이다.

또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 보다 규모가 적은 곳으로 공립 19개소, 사립 66개가 있다. 사립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개인 등 운영주체도 다양하다. 시는 작은도서관을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도서구입비와 사서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 최초 작은도서관은 지난 1996년 11월 11일 신고된 약대동의 ‘새마을문고중앙회 부천시지부’이다.

책은 읽고 싶은데 작은도서관도 꾸밀 공간이 없는 시민들을 위해서는 ‘홀씨도서관’이 운영된다. 현재 이용 가능한 홀씨도서관은 총 17개소로, 군부대, 지하철역, 전통시장 등에 조성돼 있다. 운영주체는 시장상인회,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센터 등이다. 홀씨도서관에는 도서, 서가, 현판 등이 지원된다.

이 마저도 이용하지 못 하는 시민들을 위해 시는 버스로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대출해주는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총 11만5천183권의 도서를 보유한 이동도서관 차량 6대는 부천지역 70개소를 순회하며 시민들의 독서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 홀씨도서관 등을 조성하고 있다”며 “공공도서관 4곳이 개관하는 2020년에는 시의 모든 권역에서 10분 거리 이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부천=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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