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일자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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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이면 현존하는 일자리 중 20억개 정도가 사라진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펄펄한 신체를 가지고도 정년퇴직을 해야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주어질 일자리 자체가 없다. 이제 사피엔스를 대신하는 인공지능들이 고도의 지능을 갖추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회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이후 가천대의대는 암진단률을 높이기 위해 로봇의사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정책보좌로봇인 ‘로바마’를 개발한 벤 고르첼씨가 방한을 하기도 했다. 자율자동차, 자율비행 등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슈가 되었다. 

머지 않아 이것들이 상용화되면 운전기사나 비행조종사, 정책보좌관, 의사, 변호사, 기자, 교사 등 전문직 상당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은행의 대출심사자료를 만드는 일도 인공지능이 6주 훈련을 받고 대체해 버렸다. 비용은 25분의 1로 줄었다. 이로 인해 수 만명의 일자리가 이미 사라졌다.

 

기술 혁신은 그것이 가성비를 갖출 때까지는 마치 수면 밑에 감춰져 있는 빙산같은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을 갖추고 편의성이 확보된 상황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시점을 뛰어넘으면 마치 태풍처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다. 더 놀라운 것은 확산과 함께 가격은 급속히 저렴해지며 확산을 더욱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 성능이 좀 떨어지거나 가격이 비싼 문제 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 진행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산업구조 재편으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그나마 존재하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하면 우리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한단 말인가? 앞으로 수 년 내에 정말 수 많은 실직자들이 주변을 배회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년도 장년층도 모두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충격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율주행택시나 자율주행비행기는 그만큼 원가절감 요인이 발생할 것이고, 의사들이 줄어든 병원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를 사용하면 연료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요금도 싸지게 된다. 

인터넷기반의 교육시스템 덕분에 학교를 가지 않거나 아주 저렴한 학비로 공부를 하게 된다. 집마저도 하루에 한 채 정도를 프린트하는 세상이면 주택비 부담도 확 줄어들 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금만 벌어도 먹고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는 그다지 큰 걱정이 없다는 의미다.

 

이제 일하기 위해 휴식을 취했던 삶의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놀기 위해 일을 하는 파격적인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자급자족은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이 하는 주요한 일자리가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급자족을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이 우리 부모세대 때보다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고 그 나머지 시간을 가슴뛰는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실업을 두려워하는 세대가 아니라 귀족처럼 살 수 있는 첫 번째 인류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지 모른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의장·前 한글과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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